[지지대] 김상곤과 업(嶪)

4월16일 자 보도는 이랬다. -경기교육연구원 이사장에 김상곤 앉히려, 지원자 전원 면접 취소…이재정 교육감, 지원자 서류 접수 후 “金 모시겠다” 내정 시사…金, 블라인드 채용 원칙 어기고 지원서에 이력ㆍ경력 상세 기재-.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전에 이미 정해진 채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기사에 밝힌 정보 출처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다. ▶김 이사장은 3월19일에 취임했다. 앞서 이재정 교육감의 언급이 있었다. “김상곤 전 부총리를 모시겠다”. 2월11일 기자간담회였다. 취임으로부터 27일 뒤, 교육감 발언으로부터 70일쯤 뒤 나온 기사다. 보도 시점이 다소 느닷없어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의 비공식 반응도 그랬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임 한참 뒤에 갑자기 보도한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그 기사로부터도 또 한 달여가 지났다. ‘느닷없기’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쓰는 건 지역 내 여론 때문이다. 김 이사장 얘기는 몇 달 전부터 돌았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출마설이다. 수원과 주변 몇 곳이 특정되기도 한다. 이달 초, 측근모임이 알려졌다. 그 장소는 의왕시 모처였다고 한다. 거물(巨物)이니만큼 따라붙는 관심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도에도 추론이 붙었다. “견제 세력의 ‘작품’이다”. ▶엊그제 한발 나간 추론을 들었다. 반(反) 김상곤 세력의 보복설이다. 교육감 시절, 그는 개혁가였다. 과거의 모든 것에 칼을 댔다. 수많은 교육가ㆍ교육행정가가 기득권에서 밀려났다. 지금도 그들은 반 김상곤 정서의 중심에 있다. 실제로 그럴싸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별도로 결정하자” “면접 생략하시죠”…. 추천위원회를 묘사한 기사의 일부다. 내부 아니면 옮길 수 없는 장면이다. ▶교육계는 이념적 아집이 강하다. 쉽게 바뀌지 않는 조직이다. ‘김상곤 5년’이 바꾼 것도 겉모습이다. 경기교육의 외피(外皮)만 바뀌었다. 교육 철학과 결합된 구성원의 이념은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다. 조직 안에도, 조직 밖에도 여전하다.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진 ‘김상곤 기사’에서 그런 모습을 봤다. 행간(行間)에 묻어 있는 보수 교육계 그림자, 어쩌면 ‘개혁가’ 김상곤을 운명처럼 따라다닐 업(嶪)일지 모른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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