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험이 가져다 주는 삶의 안단테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작은 일들을 손수 해야 했었다.(가정과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하나의 생각이 있다. 엄마가 나의 손에 숟가락 하나 쥐여주고 장독대로 가서 된장을 떠오라고 시켰던 일이다. 그때마다 ‘된장을 뜨고 꾹꾹 눌러놓고 뚜껑을 닫아라’고 하셨다.

요즘은 장독대 대신 냉장고 안 플라스틱 통에서 한 숟가락 된장을 뜬 후 엄마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퍼낸 곳을 꾹꾹 눌러서 위를 평평하게 다져 놓는다. 꺼내 먹고 빈 공간 없이 꾹꾹 눌러 주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현재에도 시간의 흐름을 깨고 살아남는 것 같다. 시간을 넘어 항상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과 과학적인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은 우리가 늘 추구해야 하는 고전 같은 것일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떻게 경험을 갖도록 생활을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책상에 앉아서 암기만 하던 학습방법보다 실제로 보고, 듣고, 만지는 현장 체험학습이 좋다고 언제부터인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사들도 고민을 나름 많이 한다. 본(見)다는 것은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자연을 그냥 흘려 보는 게 아니라 깊이 봐야 한다.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耳不見 聽耳不聞 食耳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경전 중 <대학>에 나온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시청(視聽)을 하는 편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은 물론 사회인도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결국 어떤 한 개인의 경쟁력이 되는 것은 끊임없이 견문해서 거기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삶의 현장에서 주고 받는 무언의 대화를 통해 발견되고 내 마음과 만나는 순간 기쁨은 물론 창의력이 싹트고 자라나서 꽃을 피게 만든다. 볼 때 깊이 생각하고 만질 때 느낌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활동할 때 주목하고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진지하게 관찰하면서 살아야 한다.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아 책상에 앉아서 혼자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것에서 탈피 학습자가 수업의 주인공이 되어 주제를 함께 해결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 변화를 하고 있다.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남과 비교하고 더 앞서야 한다고 교육시키는 것보다 이제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학습하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갖게 되는 삶의 풍부한 경험이 전 생애를 통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삶의 안단테’가 되리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정승자 곡반초등학교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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