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수원에 ‘도시건축도서관’을 세우자

오월이 되면 생각나는 분이 계시다. 바로 故심재덕 수원 시장이다. 그의 수원화성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 5월 말경으로 기억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신청했으나 현장 답사 심의에서 판정단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복원된 상태가 너무 조악하고 심지어 성곽 일부는 시멘트로 발라져 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70년대 복원 작업을 하면서 완벽한 복원보다는 성과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심사위원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수원화성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게 된 것은 심재덕 시장의 열정과 공무원들의 노고가 있었음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화성 축성 후 정조가 기록한 화성성역의궤 덕분이다. 재심 청구시 심사위원들에게 화성성역의궤을 제시하며 이것을 토대로 완벽한 복원과 보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결과 드디어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

그 이후 화성성역의궤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화성성역의궤는 일종의 공사보고서라 할 수 있는데 공사 방법은 물론 참가한 사람들의 성명과 인건비, 공사비, 공사에 사용한 장비 등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입체적 그림으로 표현해 지금 보더라도 당시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화성성역의궤가 없었다면 지금의 수원화성은 아마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토록 기록물 대단히 중요하다.

도시를 개발하거나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도면과 시방서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청사진을 이용해 공사시 사용 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컴퓨터라는 편리한 도구로 인해 디지털화되면서 이제 이런 것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도시건축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는 곳은 몇 군데 있으나 도시건축자료를 수집 보관 및 관리하는 도시건축도서관 또는 박물관은 없다. 물론 개인 이름의 건축박물관은 있기는 하나 지극히 제한적 내용만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주요 도시마다 구축돼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는 아직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이 화성성역의궤를 만들고 보관했듯이 우리도 도시건축도서관 (박물관)이 필요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경기도건축사회와 수원시가 공통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수원 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

김동훈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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