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실한 정치비평을 위해

이규민
이규민

일상에서 사람들의 정치비평을 듣는다. 60대로 보이는 어떤 어른은 이 정권을 그대로 두면 사회주의로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자영업을 오래 했던 한 청년은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하며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이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좀 슬픈데, 실상 차분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으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반응인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고 덤비면 일단 고개를 돌리고 대화를 얼버무린다. 물론 근거를 대는 이도 있는데 다른 생각을 말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기고 불쾌감을 표현한다.

정치비평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 또한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일이다. 그 방향이 어떠하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으므로 그러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정치를 대하고 있으며, 얼마나 성실하게 정치비평에 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생쥐 나라의 고양이 국회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생쥐인데, 그 생쥐들에게 투표권을 쥐어주니 고양이를 대표로 뽑더란 얘기다. 생쥐는 왜 고양이를 뽑을까? 생쥐의 이해를 대변하기는커녕 호시탐탐 쥐를 잡아먹고 부려먹을 생각만 하는 고양이를 자신들을 대표할 정치인으로 뽑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가 고양이인 줄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자신이 생쥐인데 생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누가 뭐라 해도 여전히 계급투쟁의 전장이다. 사회안전망이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이러한 사회에서 계급의식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많은 왜곡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땅의 어르신들은 애국심이 투철하다. 노인연금을 드린다 해도 왜 그 귀한 나랏돈으로 돈 잔치를 벌이냐 하신다. 어르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저렇게 부자이니, 저렇게 성공했으니 대표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생쥐가 고양이 정도는 돼야 국회에 입성할 자격이 있는 거 아니겠어, 라고 여기는 셈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1심 선고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대중의 반응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쪽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대한 수많은 혐의가 흐지부지 되는 걸 보면서 이 정도면 이재명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이 있는 거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 지사는 소년공 출신이다. 적어도 태생은 생쥐인 것이다. 그리하여 생쥐 출신으로 입성한 희소한 그에게 기대를 거는 생쥐들이 많다. 일개 지자체장에서 대선 후보로, 도지사로... 그것은 생쥐의 대표로 생쥐를 뽑고자 하는 수많은 생쥐들의 의지다. 적어도 다수 국민들이 여전히 기대를 걸고 의지를 보이는 그 힘을 누구라도 함부로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규민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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