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절도 사건이었다. 30㎝짜리 미니어처 동상이 사라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다. 누군가 유리관을 열고 가져갔다. 2016년 4월 26일 밤의 일이다. 몇 시간 뒤 대학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내일 아침 이름 없는 야산에 파묻어 놓겠습니다.” 인하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 측은 해프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법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했다. 인하대와 이승만 동상에 얽힌 인하대만의 역사가 있어서다. ▶인하대는 1954년 개교했다. 이승만 정부가 만들었다. 초대 이사장은 이기붕이다. 현직 부통령을 앉혔다. 1972년 캠퍼스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졌다. 높이 6.3m(좌대 3m 포함)의 흉상이었다. 1980년대 들어 학생들의 표적이 됐다. 1983년 10월, 마침내 동상이 쓰러졌다. 그 현장에 신입생이던 나도 있었다. 이후 이승만 동상은 인하대만의 갈등이 됐다. 재건립과 반대가 계속 충돌한다. 자기가 만든 학교에서 당하는 이승만의 수난이다. ▶2001년, 수원에서도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공원에 설치된 동상 하나가 깨졌다. 누군가 해머를 이용해 부쉈다. 동상의 주인공은 이병희 전 의원이다. 수원에서 6선을 한 정치인이다. 삼성전자 유치, 경기도청 유치에 공이 컸다. 숨지는 순간에도 국회의원이었다. 그를 추종하는 인사들이 동상을 만들었다. 바로 그 동상이 훼손됐다. 수원 출신의 시민운동가가 ‘내가 했다’고 했다. 평생 챙기던 수원 지역에서 당한 이병희의 수난이다. ▶2019년 5월 17일 포천시. 이제 낯설지도 않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국도 43호선 축석 고개 입구에서다. ‘전두환 공적비’라 불리는 호국로 기념비가 흰 천으로 덮였다. 그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렸다. 붉은색 페인트를 넣은 계란들이 날아들었다. 시민단체와 민중당원 등 10여명이 벌인 이벤트다. 5ㆍ18에 반성하지 않는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서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5ㆍ18마다 포천에서 당하는 전두환의 수난이다. ▶레닌 동상은 레닌 자신의 작품이다. 나라 곳곳에 동상 건립을 지시했다.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이라고 했다. 신성한 제단(祭壇)과도 같았다. 그 동상도 결국 쓰러졌다. 100년 뒤 끌어내려 졌다. 정치인의 동상ㆍ공적비가 그렇다. 언젠가 끌어내려 진다. 고인(故人)들은 이 사실을 알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다시 보게 된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화려한 동상ㆍ공적비의 덧없음을 그는 알았던 듯하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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