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모기의 계절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모기이니 기온 상승은 모기의 계절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그런데 생활환경이 변하면서 요즘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모기가 출몰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여름밤의 불청객인 모기는 방 안에 한두 마리만 있어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컷인데 산란을 위해 흡혈을 한다.

모기는 매우 작지만 인류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에서 옮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질병으로 인해 매년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자그마치 75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기로 인한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예방접종으로 인해 최근에는 경각심이 거의 사라진 일본뇌염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1979년 박멸선언으로 한때는 사라진 줄 알았던 말라리아도 1993년에 재발생해 2000년에 4천여 명을 정점으로 그 후 차츰 줄기는 했으나 지난해에 500여명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아직은 국내 발생이 없어서 그 위험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 등 더 위협적인 질병도 매개체인 흰줄숲모기가 우리의 주변에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려면 우리 주변에 모기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과연 모기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모기가 우리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면 유충서식지를 모두 찾아내서 유충을 없애고 모기의 습성을 이용하여 성충의 휴식처에 대한 선별적인 맞춤 방역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모기 방역에 유충구제와 동절기 방역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모기를 퇴치한 경험이 있다. 친환경적인 모기유충방제를 중심으로 환경에 해로운 연막소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방역특장차를 이용한 친환경 분무소독으로 전환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모기 없는 쾌적한 환경 조성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모기의 횡포로부터 해방된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의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온난화로 인해 올해는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릴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시작하는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야겠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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