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장년층의 ‘이중부양’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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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장년층은 노부모와 미혼 성인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이중부양’ 부담을 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아버지도 모시고 아들도 모신다.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겁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못한 자녀를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낀세대’로서의 삶이 고달프다. 정작 자신의 건강과 노후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탓에 불안하고 막막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 중장년층(만45~64세)10명 중 4명은 노부모와 함께 성인기 미혼자녀까지 부양하는 ‘이중부양’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중장년층 가족의 이중부양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장년 1천명 중 39.5%가 25살 이상의 미혼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함께 부양하고 있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이중부양 비율도 높았다. 가구소득 수준별 이중부양 비율은 200만∼299만원(33.8%), 300만∼399만원(38.8%), 400만∼499만원(39.6%), 500만∼599만원(48.0%), 600만∼699만원(42.8%), 700만∼799만원(50.4%), 800만원 이상(56.1%) 등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중장년층(46.0%)이 남성 중장년층(32.2%)보다 이중부양 비율이 높았다. 중장년층이 부양하는 성인 자녀 또는 노부모에게 지원한 현금은 1년간 월 평균 115만5천원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용돈과 생활비, 병원비, 학비 명목이다.

조사대상 중장년층의 50.3%는 이중부양 이후 가족생활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다. ‘사회생활 제약(3.5%)’, ‘부부 간 갈등 증가(6.0%)’, ‘피부양자와 갈등 증가(7.0%)’,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8.2%)’, ‘형제자매 및 가족 간 갈등 증가(11.4%)’, ‘경제생활 악화(13.7%)’, ‘일상생활 제약(16.0%)’, ‘가족 간 협동심친밀감 증대(23.7%)’ 등으로 대부분 부정적이다.

월 가구소득 3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이중부양은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크다. 청년과 노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부양 부담이 줄어드는데 현 청년과 노인 정책은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기에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년층이 은퇴 등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면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은퇴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 불안, 경제적 부양 스트레스 등으로 불안정하게 생활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 안정화, 세금 감면 같은 이중부양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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