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문화와 中企 해외판로 개척

중앙아시아에 가면 키르기즈스탄이라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나라가 있다. 인구는 620만 명 남짓에 면적은 한반도의 80%의 전형적인 산악 내륙 국가다. 자연환경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경제환경으로서는 ‘중앙아시아의 홍콩’으로 불릴 만큼 경제자유의 척도가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얼굴 모습은 물론이고 전통이나 생활 풍습도 우리와 흡사한 게 많아서 우리와 그들은 뿌리가 같은 조상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간혹 해보기도 한다.

이 나라에는 공장다운 공장이 없다.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이나 러시아, 터키 등지에서 수입한다. 경기도에 있는 어떤 품목의 공장이라도 이곳에 유휴 기계 설비를 가지고 와서 공장을 차리면 대환영을 받는다. 경제자유특구가 수도 비쉬켁 인근에 있는데 외국기업이 입주하면 각종 세제 혜택 등이 보장된다. EU는 키르기즈스탄을 GSP(일반특혜관세제도) 대상국가로 선정해 이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은 EU에 진출할 때 크게 유리하다. 게다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과는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러시아 권역으로 판매될 때는 상품의 이동과 세금에 있어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런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이 현재 6천여 명(추정치)이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그리고 외국이주여성(다문화가정)으로서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수원과 안산, 화성 지역에 많이 모여 있다. 이들 가운데 결혼이주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를 테면 한국 남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송이(키르기즈스탄 이름, 줄피아) 씨는 수원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며 키르기즈스탄 사람들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우리 경제 생태계는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의 도래, 베이붐 세대들의 경제 현장에서의 은퇴,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축소 등은 필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 위축을 불러오게 돼 있다. 내수 위주로 사업을 유지해 온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변화된 환경을 감내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약하건데 판로가 위축되고 막혀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럴 때는 해외로 눈을 돌려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스탄과 같은 나라들이 우리 중소기업을 부르고 있다. 비단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의 카프카스 지역도 관심지역이다. 한국에 와 있는 이곳 지역 출신 사람들을 활용하면 언어 소통의 문제, 인맥 구축, 거래처 확보 등의 적잖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경기도가 해외 진출을 추진하려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다문화가정 인맥 플랫폼을 구축해서 적극 활용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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