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1995년 개봉되어 전 세계 영화팬들을 뜨겁게 했다. 잉글랜드 지배아래 있던 스코틀랜드 독립 영웅 월레스와 그의 연인 머론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영화다.
아름다운 머론은 결혼 전 초야(初夜)에 그 지방 영주에게 성접대를 해야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월리스가 그녀를 구출하게 되고 이것이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으로 까지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옛날 유럽에서는 결혼 전 첫날 밤에 신부를 영주에게 성상납하는 곳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에스키모인들 중에는 손님에게 부인을 성접대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곳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들이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구 한말 충남의 어떤 도지사(당시는 도장관이라 함)가 서해안에 있는 안면도를 방문했다. 그리고 육지로 돌아올 즈음 풍랑이 심해서 배를 타지 못하고 면장의 집에서 투숙을 했는데 그날 밤 면장이 자기 애첩을 도지사의 침실에 들게 했다. 성접대를 한 것이다.
이럴 경우 요즘 용어로는 ‘성접대’라고 하지만 그때는 ‘객고(客苦)’를 풀어 준다고 했다. 여행 중에 피곤한 몸을 풀어 준다는 뜻이다.
지금은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지방에 출장을 가더라고 그곳에서 투숙을 하며 ‘객고’를 풀 일이 없지만 과거에는 이런 것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객고’에서 출발한 성접대가 여러가지로 진화되면서 국민 정신건강을 좀먹고 사회 부패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주 구속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등에 대한 성접대 혐의와 세상을 요란하게 했던 서울 강남의 대형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성추문이다.
윤중천씨의 경우 피해 여성이 한 방송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정도로 ‘동물’같은 행태가 한 별장에서 벌어졌었고 불면 등 여성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수 승리가 비록 구속은 면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그의 음악을 좋아 했던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을뿐 아니라 그 화려한 무대 뒤에서는 눈을 가려야 할 만큼 타락한 성(性)의 광기가 펼쳐진 것에 공분을 느낀다.
특히 그가 대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투자 유치에 성이 등장하는 데는 놀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금 우리 나라는 ‘성도착증’에 걸린 환자처럼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 할 것 없이 그 타락의 쓰레기에 함몰하고 있다.
여기에다 SNS를 통해 성 관련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삽시간에 퍼져 청소년의 맑은 영혼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성경에서 가장 타락하고 음란한 고대 도시로 지목한 ‘소돔과 고모라’가 이 땅에 출현되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런 지경이다.
기원전 80년 이태리 폼페이가 인근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7m에 이르는 용암이 덮쳐 사라졌다.
이 도시가 1979년부터 지금까지 발굴되고 있는데 그때의 로마제국 생활상태를 거의 온전히 보여 주고 있다. 목욕탕, 공연장, 빵을 만들어 무료로 급식하는 곳, 그리고 사창가 까지….
이곳을 여행한 어떤 사람은 로마가 망한 이유 중에는 공짜 빵 급식과 사창가가 번창할 정도의 성도덕 타락이 아니냐고 했다. 건실했던 로마의 정신이 나태해지고 환락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오늘날처럼 SNS를 타고 성 동영상이 무차별 번지지는 않았을텐데….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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