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척척 해결사’ 청소 여사님 존경합니다

용인 교동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청소 여사님께 쓴 감사편지들.
용인 교동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청소 여사님께 쓴 감사편지들.

나는 늦깎이 공무원이다. 마흔이 다 되어서 초등학교 행정실로 발령이 났다. 공무원이 됐다는 설렘도 잠시였고 낯선 근무환경에서 적응하는 기간을 아주 길게 거치고 나서야 여유가 생기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있는 나로서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이다. 장난기 섞인 웃음소리와 발소리를 들으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아이들도 학교에서 저렇게 생활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5월은 정말 마음이 풍성해지는 달이다. 여기저기 행사도 많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무슨 날이 많다. 학교 구성원들도 덩달아 5월은 들썩들썩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학교에는 3년 전부터 일하시는 청소 여사님이 계신다. 그분 덕택에 우리 학교는 반짝반짝 윤이 난다. 많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이다 보니 지저분할 때가 많다. 체육대회라도 있는 날이면 1층 복도와 화장실이 모래로 범벅이 되고, 저학년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화장실에서 실수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여사님은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하시면서도 척척 해결해주셨다.

나는 청소 여사님이 행정실에 들어오실 때면 살짝 겁을 먹었다.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여사님이 활짝 웃으면서 들어오셨다. “이것 좀 보세요. 나 이런 거 받았어요”라며 내민 종이를 보니 학생들이 감사하다며 스승의 날 편지를 준 것이다.

여사님은 정말 한없이 행복한 얼굴로 자랑을 하셨다. 5학년 학생 3명이 고운 카네이션이 있는 편지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내용이 미소를 띄게 만들었다. 학교를 깨끗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학생들끼리 복도와 계단을 청소할 때 웃으며 청소 잘한다고 칭찬해주어 힘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인가 싶지만 역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학생들의 이런 고마움을 전하는 행동이 정말 큰 힘이 된다. 부럽고 감사한 일이었다. 보통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선생님’을 떠올리는데, 우리도 학교의 일원이라고 일깨워주는듯 했다.

나도 청소 여사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

우리 학교 사랑반 학생이 다급하게 행정실을 찾아왔다. “선생님, 똥이 나왔어요. 대왕똥이” 집에 가려고 내려오던 중에 갑자기 신호가 온듯 했다. 우리는 당황해 빨리 화장실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미 상황은 종료된 뒤였다.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일단 씻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말이기에 온수가 나오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수소문을 해보니 여사님 휴게실에 온수가 나온다고 했다. 여사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리고 직접 아이를 씻겨주시겠다고 나서셨다. “내 손자라고 생각하면 되지” 이렇게 고마우신 분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학생도 여사님을 자주 만나서인지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이 씻자!”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도 여사님은 “애들이 또 변기에 뭘 넣어서 막혔어요” 인상을 쓰면서 들어오신다. 이제 나는 살짝 웃음을 짓는다. 우리의 척척 해결사 여사님, 학교의 일을 정말 내 일처럼 해주시는 고마우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사님에게서 많을 것을 배우고 있다.

홍영옥 용인 교동초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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