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논어>에 따르면 나이 예순은 ‘이순(耳順)’으로 귀가 순해지는 나이다. 이는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해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라는 의미로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 마흔, 천명을 아는 나이 ‘지천명’ 쉰을 넘어선 시기다.
이처럼 안팎으로 얻은 깨달음이 절정에 이를 시기인 예순에 이르러서 첫 시집을 발간한 시인이 있다.
올해로 63세를 맞은 이복순 시인은 단편선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고요아침 刊)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2019년 수원문학 창작지원금 수상작품집으로 총 4부 70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대표작으로는 ‘4월은 뒤돌아보지 않는 계절이야’가 있다. ‘그리움이 이처럼 상스러운 것인 줄은 몰랐다’라는 구절로 수원 곡반정동을 묘사하며 요양병원 속 104세 할머니, 세 살배기 증손녀, 호미질하는 할아버지 등을 묘사해 도시 속 도시 같지 않은 정서를 드러낸다. 아울러 <촛불>에서는 화자를 촛농으로 묘사한 ‘내 정수리에 심지를 박고 불을 밝혀 어둠을 걷어 냈다’라는 구절을 시작으로 자신이 떨어지는 촛농이 돼 어머니 가슴 속으로 들어간다는 묘사로 3부 주제인 ‘세상의 어머니’에 맞는 정서를 선보인다.
이 시인은 일생을 요식업에 종사하다 가르침과 글쓰기 갈증을 느껴 지난 2015년부터 수원문인협회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 해 계간 <수원문학>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듬해에는 <수원인문학 글판>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KBS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환갑이 넘어선 나이가 돼서야 시집을 출판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글을 쓰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 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인데 가르침을 토대로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값 1만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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