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3년 만에 장편 소설 <진이, 지니>(은행나무刊)로 돌아왔다. 전작들이 고도의 긴장감과 극한의 드라마를 그린 스릴러였다면, 이번 작품은 새롭고, 경쾌하다.
작가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판타지로 촘촘하게 풀어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직후 보노보 ‘지니’와 하나가 되어버린 사육사 진이. 찰나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청년 백수 민주와 거래를 하고,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DNA를 가진 영장류 보노보와 영장류연구센터 사육사가 주고받는 교감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이야기는 진이(지니)와 민주의 시점을 넘나들며 가장 절박한 상황 앞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소설 속 진이와 민주가 보여주는 선택은 그러한 소통과 공감이 가져온 선택. 결국, 소설은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삶의 희망으로 치환하는지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자, 눈부시게 다시 시작되는 삶의 이야기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따뜻한 정유정’이 돋보인다.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판타지 장르도 차용했다. 작가의 변신에도 촘촘한 줄거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여전하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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