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 금지

며칠 전 모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의 일이다. 공연장 객석에는 음악회를 처음 온 듯한 사람과 음악회 관람 경험이 많은 듯한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협주곡의 첫 악장이 끝나자 처음 음악회를 온 듯한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때 함께 온 사람이 당황한 모습으로 황급히 박수치는 동행자의 팔을 붙잡아 박수를 못 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팔을 잡은 동행자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하자 박수를 치던 관객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음악회를 자주 다니신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 채셨을 것이라 본다. 다름 아닌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 금지 이야기이다.

여러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때 마지막 악장이 연주되기 전까지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절이다. 그런데 고전음악의 주요 작곡가들이 살아있을 때에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 모두 박수를 쳤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오래전 선배인 공연기획자로부터 1993년 타계한 헝가리의 거장 지휘자 미클로스 에르데이(Mikls Erdlyi)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들려준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지하는 유래를 듣고서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일의 음악학자들 사이에 악장과 악장 사이의 조성을 비롯한 관련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는데 1920년대에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ngler)가 먼저 자신의 음악회에서 청중들에게 “악장과 악장 사이의 휴지부도 곡의 연장이라 생각하니 마지막 악장이 연주되기 전에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을 하고 음악회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유럽 전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에는 미주 지역까지 중간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절이 되었다 한다.

그러나 요즘 클래식 음악회에 가보면 악장과 악장 사이에도 아름답고 화려한 연주에 화답하는 우렁찬 박수가 나오기도 한다. 이때 연주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관객들이 잘못했다는 따가운 눈총보다 음악의 진행에 방해가 안 되는 정도에서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호흡하기도 한다. 품위 있는 공연 예절도 중요하지만, 연주에 진정성으로 화답하는 관객들의 반응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최근 BTS의 영국 공연이 화제이다. 우리의 젊은 POP 아티스트들이 비틀스의 고향을 흔드는 수준이 되었으니 우리식의 문화예절을 믿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요한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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