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날 듯 말 듯 왜 기억이 안날까… ‘해마를 찾아서’

기억 저장 과정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
망각·잘못된 기억 등 다양한 개념 다뤄
현대 뇌과학 연구실험도 흥미롭게 기술

▲ 해마를 찾아서

우리 모두는 매일을 기억과 씨름하며 살아간다. 당시엔 분명히 뇌리에 박혔으리라 생각한 각종 정보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려면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거나, 다른 정보들과 뒤엉킨다. 기억이 나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누구도 반기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는 늘 예기치 않게, 또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해마를 찾아서>(민음사 刊)는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심리학의 발전 속에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450여 년 전 해마의 발견에서 시작해 현대의 기억 연구에 위대한 기여를 한 실험과 연구 성과를 짚어 나가며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으로 우리의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지, 기억을 효과적으로 불러내기 위한 기억 훈련법은 무엇인지, 허위 기억과 망각은 왜 일어나는 것인지를 살피며 기억의 핵심에 다가간다.

이 책의 두 저자 신경심리학자 윌바 외스트뷔와 언론인이자 작가 힐데 외스트뷔 자매는 기억이라는 존재가 발견된 때부터 MRI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독심술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관한 여행을 한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기억의 속성 자체가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기억의 특징은 무수한 망각이며, 매일같이 오류를 저지르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은 기억 속에서 대부분 사라진다. 매번 버스를 기다린 일, 매번 가게에 간 일, 소파에서 오후를 보낸 일들과 같은 것들이 모두 기억에 저장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가장 빛나는 특별한 기억의 진주들도 망각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제자리에 남는 건 중요한 요소와 큰 틀뿐이며, 나머지는 우리 기억이 유연하게 재구성하며, 그러한 재구성이 기억의 속성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완벽한 기억에 대해 우리가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기억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들, 트라우마나 우울증을 앓는 이들을 비롯해 기억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은 우리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임을 일깨워 준다.

아울러 뇌 절제술 후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게 된 기억 연구의 최대 공헌자 헨리 몰레이슨과 그 어떤 것도 잊어버리지 않는 솔로몬 셰레셰프스키의 경우와 현대의 기억 연구에 위대한 기여를 한 유명한 실험들을 흥미롭게 기술하며 기억에 관한 새로운 사실도 알려준다.

특히 잘못된 기억, 망각, 기억술과 같은 개념들을 다루며 인간 기억에 대한 유의미한 예시들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값 1만6천8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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