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

요새 김정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단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한 이후, 최근에는 자강도 강계시와 만포시의 군수공장들을 둘러봤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 특수정찰기 2대가 한꺼번에 떴다.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국 RC-135U ‘컴뱃 센트’와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지난 5월 30일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을 볼 때, 북한이 뭔가 또 다른 행동을 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다.

지난 5월 29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정책연구실장의 담화를 통해, “힘(군사력)의 사용은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휩쓴 신드롬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국민은 정부의 이런 주장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과연 어떤 근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지금 현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가 아니라,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과거 발언이 틀렸으니 책임지라고 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얼마든지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는 잘못 판단한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그것은 한 나라를 이끄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과거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도 과거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해석은 위험하다. 그렇기에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상황인식과 과거 발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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