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홍준표-유시민의 정치 실험

2013년 10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트남의 보 구엔 지압 장군은 생전에 프랑스와 싸워 이겼고 미국과도 싸워 이긴 그야말로 ‘전쟁 영웅’이다. 보잘 것 없는 가난한 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세계 최강국의 군대를 물리친 그를 나폴레옹 보다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하고 그래서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엇이 그를 전쟁 영웅이 되게 했는가에 대해 흔히들 지압 장군의 삼불(三不) 전략을 말한다.

적의 방식으로 싸우지 않는 것.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 것.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 것. 이와 같은 차별화된 전략, 틈새 전략은 경영학에서는 ‘니치 (Niche)’ 또는 ‘니치버스터 (Nichebuster)’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이렇듯 거대 주류(主流)를 무너뜨릴 만큼 틈새 전략이 가능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터넷과 온라인 시스템이 시장 환경까지 돌변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 천국’으로 정평 나 있는 일본에서 해마다 문닫는 백화점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는 6곳이 문을 닫았다. 심지어 백화점에 가서 자기 취향에 맞는 물건을 고르고 주문을 온라인 쇼핑몰에 하는 등 소비문화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변화에 미국의 대표적 유통기업 울 워스가 파산을 했으며 많은 거대 주류기업들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렇듯 주류에서 사라지는 기업들은 온라인 쇼핑 등 소셜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소비자의 의식 변화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며, 반대로 중국의 알리바바 같이 그 변화를 스스로 일으킨 기업은 신 주류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머지않아 드론으로 소포를 배송한다는 보도도 있다. 소비자에게 최단시간내에 주문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드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는 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 곳이 정치권이다.

10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그 형태, 그 묵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수단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을 정치에 이용하는 데는 아직도 한계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합동 유튜브 방송 ‘홍카레오’가 우리 정치의 새로운 영역, 곧 틈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홍준표측 ‘홍카콜라’의 구독자 수가 30만을 넘긴 것(4일 밤 8시 기점)이나 유시민측 역시 80만 대의 구독자 수가 84만을 넘은 것을 보면 정치 평론가들 말처럼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특히 이들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정당의 당직을 맡고 있지도 않은 정치무대의 아웃사이드에 있는 위치다.

그런데도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는 것은 정치의 틈새 전략이 콘텐츠만 좋으면 오히려 정치의 주무대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 아닐까. 역시 문제는 이런 틈새 전략에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려면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하느냐 일 것이다. 이번 홍준표-유시민의 ‘홍카레오’는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입’이라는 것과 그 내용 또한 북한 핵문제, 적폐 청산문제, 유시민의 대선출마 여부, 홍준표의 정치재개 여부 등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가 많았던 것도 양쪽 모두 ‘남는 장사’를 하게 했으나 앞으로도 그런 콘텐츠 생산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이번 ‘홍카레오’는 우리의 새로운 ‘틈새 정치’의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은 이미 그렇게 틈새 정치 실험을 시작했다고 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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