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14일 홍콩에서 많은 어머니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반대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며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위에서
14일 홍콩에서 많은 어머니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반대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며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위에서 "우리 아이에게 쏘지 마라", "어머니는 강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인 홍콩 집회 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유튜브채널 홍콩덕후 JP's Edit이 지난 14일 공개한 '홍콩에서 홍콩 사람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한 홍콩 시민이 기타를 메고 나와 집회 참가자들에게 이 곡을 소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시민은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라며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등을 본 홍콩인들은 이 노래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100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때 이 노래를 불렀다"며 "'우산 행진곡'으로 노래를 바꿔 부르겠다"고 했다. 이는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기리며 개사했다는 의미다.

이후 기타 연주와 함께 현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고, 이 시민은 광둥어와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휴대폰 플래시를 깜빡거리며 응원했다.

홍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홍콩을 비롯해 태국, 대만,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일대 노동 현장에서 대표적인 항쟁가요로 많은 이들에 의해 불리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5.18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소설가 황석영 등 15명이 공동으로 작곡한 노래다.

한편, 홍콩 정부는 시위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송환법 추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6·12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행정장관의 사과와 하야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홍콩 시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 홍콩 시위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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