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디지털 디톡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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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마무리한다.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눈을 뜨고, 잠잘 때도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손에 쥔 채 잠드는 이가 많다. 특별히 필요한 정보가 있는게 아닌데도 SNS를 훑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린다. 쇼핑몰을 서핑하다 충동구매를 할 때도 많다. 게임 삼매경에 빠져 새벽이 오는지 모를 때도 있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뇌를 점령하고, 항상 연결상태로 만들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음에 노출시킨다. 하루라로 스마트폰 없이 지내라하면 금단 증상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디지털 중독이다.

더 이상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면 안되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독소를 빼낸다는 의미로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 지친 이들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것으로, 디지털 디톡스로 오프라인 생활이 풍요로워졌다고 얘기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포드자동차가 꼽은 올해의 트렌드로도 꼽혔다. 포드자동차는 매년 세계 소비자 동향 변화에 대해 분석하는데, 디지털 디톡스로 인해 오프라인 생활이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1천명의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51.4%)이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실제로 실행했다고 답한 이들도 77%에 달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도 나왔다. 베스트셀러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집중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부부터 실리콘밸리의 프로그래머까지 수많은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들이 어떻게 소셜 미디어와 맺은 관계를 재고하고, 오프라인 세계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며, 고독에 잠기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재회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 30일간의 ‘디지털 정돈’ 과정과 함께 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지침들을 제시한다.

스스로 통제력을 잃은 채 온라인에서 의미없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알림 기능을 끄거나, 가끔 디지털 안식일을 갖는 수준으로 중독성 있는 작은 스크린의 유혹을 이겨내긴 어렵지만, 일단 시도해 보자. 삶의 문화,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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