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야만성과 죽음에 대한 서사가 얽힌 처절한 변주곡 ‘철의 시대’

▲ 철의 시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J.M. 쿳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철의 시대(문학동네 刊)>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고발한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에서 1948년 시작된 극단적인 흑백차별 정책이다. 인종별로 17개 이상의 분리된 교육시스템이 있었고, 여인들조차 무기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험악하고 폭력적이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고 할 만큼 심각한 야만의 시대였다.

이야기는 암으로 죽어가는 백인 여성의 눈을 통해 현실을 고발한다. 퇴직한 고전문학 교수인 커런 부인은 백인으로서 혜택받은 삶을 살아왔다. 불치의 암을 선고받은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인종차별 정책의 날 선 공포와 마주한다. 그녀의 침실 발코니에서 흑인 거주지역인 케이프 플래츠에서 치솟는 연기가 보이고, 그녀가 고용한 흑인 가정부 플로렌스의 아들 베키가 죽임을 당한다. 집안에 들인 베키의 친구 존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다. 흑인 거주지역의 학교들은 문을 닫았고, 경찰은 아이들을 뒤쫓고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커런 부인은 베키가 죽기 전, 학교에 깊은 반감을 품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베키는 답한다. “학교가 뭐 하는 곳인데요? 그곳은 우리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맞추는 곳이에요.”

책은 쿳시의 소설 중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대한 분노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194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난 쿳시는 백인으로서 사회에서 지니는 자신의 기득권을 뼈저리게 의식하며 살았다. 부커상을 두 차례 받았고 200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책을 통해 야만의 시대를 고발하면서도 용서와 영혼의 구원을 찾아 헤맨다.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걸 사랑해야 한다. 사람은 손에 닿는 걸 사랑해야 한다, 개가 사랑하듯이 말이다. (책 241쪽)」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