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기업 유치보다 중기 지원에 집중해야

이규민
이규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경제기조를 보수정치권에서 연일 흔들어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자영업자를 핑계 대며 그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본주도성장에 기대왔다. 거대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적으로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 모두가 잘 될 거라는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이었다. 재벌총수가 일단 파이를 키워놓고 나누자는 얘기를 부끄러움도 없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낙수 효과를 믿는 사람은 없다. 파이는 커졌으나 나눔의 미덕은 없었다. 거대기업의 곳간은 단단히 잠겨 열릴 줄을 모른다.

지난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4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7.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의 3배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는 1천500조 원. 이 두 수치만 보아도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 한 명에게 더 줘야 임금은 17만 원 정도다(209시간 기준). 인상속도가 빠르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 때문에 자영업 망한다는 건 과장이다. 과다한 임대료,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이 더 큰 문제일 뿐이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올라간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아마도 최소한 식구들 모두 외식 한 번은 더할 것이다.

임금인상 외에 소득주도성장의 절대적인 성공조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번영, 성공, 번창이다. 우리나라 고용을 보면 중소기업이 무려 88%를 담당하고 있다. 노동자 대다수가 중소기업의 운명에 일자리와 소득을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2조 원짜리 기업 1개보다는 1천억 원 자본금을 가진 중소기업 20개가 더 낫다”고 했지만, 고용시장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중소기업 10개가 거대기업 1개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자체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천시는 대규모 투자기업에 무려 135억 원에 이르는 땅을 무상지원 하겠다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지방자치단체 간 출혈경쟁일 수도 있는 기업유치에만 목을 매는 것은 방향이 틀렸다는 느낌이다.

그것보다는 이전부터 지역에 있었던 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해당 지역에서 건실히 생산활동을 하며 지역민을 꾸준히 고용해온 기업들, 그렇게 오랜 기간 지역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소기업들에 더 집중적인 관심을 두고 지원했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 그것이 중소기업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훨씬 실속 있는 방안일지도 모르겠다.

이규민 경기도수원월드컵 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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