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거리로 나선 집배원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k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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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에 익숙지 않겠지만, 편지가 무시로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편지만이 유일한 외부의 소식을 전해주던 그 시절, 집배원은 한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전하고 싶은 말들을 여러 번 곱씹어 편지를 쓰던 정성과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은 사람의 마음마저 꼭꼭 눌러 담은 집배원의 행랑은 크고 무거웠다. 집배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눈 감고도 훤히 아는 동네를 구석구석 돌며 편지를 전하고,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오는 편지는 잠시 시간을 내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했다.

집배원들은 단지 소식만을 전한 것이 아니다. 각종 공과금을 대신 내주고, 돈을 찾고 송금하는 일, 각종 민원서류 발급을 대행해주는 이동민원실 역할도 했다. 시골에서 근무하는 집배원들은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종자, 약품 구입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과 말벗도 해드려 마을 사람들은 우편물이 없어도 집배원을 기다렸다.

이처럼 삶의 애환과 훈훈한 정감을 전해주던 집배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집배원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스하지만, 현실 속 집배원들의 삶은 차갑고 고단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배달가방을 짊어지고 길 위로 나서다 보면 교통사고로, 때론 수마(水魔)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우편물과 택배 물량이 홍수를 이루면서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과로사까지 잇따르고 있다.

집배원의 하루는 고단하기만 하다. 배달 시작 전 사전 분류 작업을 위해 오전 7시 30분 출근하고, 배달을 마친 뒤에도 다음 날 배달 준비를 하느라 오후 7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등 평균 11시간 넘게 일하기 일쑤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그림의 떡이다. 또 고객과 전화통화가 안 되면 통화가 될 때까지 며칠 동안 무거운 택배를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러다 보니 집배원들은 다리와 어깨 질환을 달고 살아간다.

고단한 하루를 견디다 못한 집배원들이 ‘살려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배달가방을 짊어지고 우리 곁으로 찾아오던 집배원들이 ‘이제는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울부짖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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