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구청 없는 화성시, 대한민국 최악의 차별

區廳 없는 인구 80만·면적 688㎢
정치인 밥그릇은 10년간 6배 늘려
‘균형’ 헌법 정신 위반… 국민 차별

이렇게까지 넓은 시(市)는 없다. 동쪽에 동탄역이 있다. 서쪽에 탄도항이 있다. 두 지역까지 거리가 50㎞다. 남쪽에 남양방조제가 있다. 북쪽에 송산 새솔동이 있다. 두 지역까지 거리가 30㎞다. 지도 위에 그은 직선거리만 이렇다. 도로를 따라가면 두세 배 길다. 버스 타면 토 나오기 십상이다. 동탄에서 탄도항까지 2시간 37분이다. 좌석 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내린다. 다시 시내버스로 한참 가야 도착한다. 경기도 화성시다.

한창 바쁘다. 곳곳에서 땅 파고, 건물 짓는다. 지난해만 1만7천859건의 개발행위가 있었다(2018년 도시계획현황 통계). 전국 1위다. 2ㆍ3위인 강화군(5천657건)ㆍ청주시(5천523건)의 3배가 넘는다. 구청이 있었으면 좀 나았을 거다. 일정 면적 이하 업무를 시와 쪼개 나눈다. 그런데 구청이 없다. 전부 화성시 본청이 끌어안고 있다. 1만8천건을 처리하는 시 공무원도 죽을 맛이다. 시청으로 뛰는 시민 1만8천명도 죽을 맛이다.

구청 없다는 게 도무지 이상하다. 모든 조건은 충족돼 있다. 구청 신설 기준이 인구 50만명 이상이다. 화성시 인구는 5월 말 현재 78만6천183명이다. 50만명은 이미 10년 전에 넘었다. 게다가 면적도 광활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넓은 지자체다. 1일 업무권이 아니다. 여기에 도시ㆍ농촌ㆍ어촌까지 섞여 있다. 첨단 도시 화성, 어촌 마을 화성이 다 있다. 누가 보더라도 구청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 된다. 행안부가 안 해준다.

안 해주는 이유를 몇 개 든다. 구청 제도를 바꾸려 한다고 한다.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란다. 그런데 말 뿐이다. 바꾸려는 움직임은 없다. 그냥 안 해주는 이유일 뿐이다. 다른 곳과의 형평성도 얘기한다. 수원시 등 몇몇이 요구하고 있긴 하다. 화성시만 해주기 어렵다고 한다. 비교부터 틀렸다. 그런 데는 30만명이 넘으니 ‘더 달라’는 요구다. 화성시는 80만명 넘으니 ‘하나라도 달라’는 요구다. 시급성부터가 다르다.

인력ㆍ예산을 핑계 삼기도 한다. 다른 정부라면 이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아니다.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천명을 늘리겠다는 정부다. 공무원 늘렸더니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자랑-2018년 3분기 공공행정 및 국방 생산력 3.7% 증가ㆍ한국은행 발표-하는 정부다. 여기서 몇 명 쓰면 다 될 일이다. 그걸 안 해주고 있다. 그나마 전제부터 안 맞는다. 출장소 130명 있다. 본청과 조정하면 늘리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게 안 해주려고 하는 소리다. 시민 우습게 여기는 말장난이다. 정치인 밥그릇이었어도 이랬겠나.

2010년, 의석은 0.5석-오산시와 묶어서 하나-이었다. 이게 2004년 1석으로 늘었다. 2008년 다시 2석으로 늘었다. 2016년에는 3석까지 늘어났다. 무슨 빌미만 생기면 늘렸다. 헌재가 지역구 편차를 지적하자, 큰일 날 것처럼 늘렸다. 동탄ㆍ송산ㆍ향남 도시 계획이 나오자, 미래를 대비한다며 늘렸다. ‘구청 좀 달라’는 시민 애원은 그렇게 묵살하는 동안 정치 밥그릇은 6배나 늘렸다. 화성시민을 가벼이 여기기 때문이다.

균형(均衡)이란 게 있다. 사전은 이렇게 푼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이 균형이 지금 대한민국의 정책 가치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떠받치는 이념과도 같다. 이 가치를 화성시에 포개보자. 서울시민 976만명에 구청 25개 주고, 화성시민 80만명에는 안 줬다. 인구 대비 2 대 1, 불균형이다. 면적 121㎢ 수원에는 구청 4개 주고, 면적 688㎢ 화성에는 안 줬다. 면적 대비 22대 1, 불균형이다.

완전히 기운 것이다. 한쪽만 치우친 것이다. 이런 게 바로 헌법상 지역균형발전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동구청이어도 좋고, 서구청이어도 좋다. 동탄구청이어도 좋고, 남양구청이어도 좋다. 지금 해줘도 만시지탄이다. 그래도 좋으니 해주라. 이게 화성에 사는 국민 80만명이 지치도록 요구해온 숙원이다.

主筆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