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파란눈의 소록도 두 할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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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군자로 쉽지 않을 것이다. 천사만이 할 수 있는 듯하다. 오늘 아침 북수원 지지대 마치 사색길이 천사 같다.

수원에서 400여㎞, 전남도 녹동항을 찾아가면 소록도(小鹿島)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소록대교를 통해 차편으로 오갈 수 있는 쉬운 길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녹동항에서 철선을 타고 가야 했던 짧지만 먼 바닷길이었다.

소록도는 섬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런 서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슬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을 세상에서 격리해온 민족의 아픈 현장이다. 지난 1917년부터 한센병 환자를 수용하면서 1941년에는 무려 그 수가 6천 명에 달했다 한다.

소록도에는 한평생을 가족 이상 한센인들과 소통해온 두 외국인 간호사의 이야기가 있다. 최근 노벨상 추천 100만인 서명운동의 주인공인 ‘마리안느&마가렛’이다.

1960년대, 20대 꽃다운 나이에 소록도를 찾아 40년 이상 한센인들과 동고동락해 온 여인들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한센인들에게 할매로 불리웠다. 환자들에게 부모, 친구 이상이었다. 심지어 환자들의 만류에도 불구,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헌신적 치료 활동을 했다. 이국에서 스스로 택한 아무 조건없는 봉사였다.

그들은 세월이 흘러 자신들의 힘이 다하자 편지 두 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났다. 평생 돌봐주는 자신들이 이제는 돌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무게감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국인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현재 대장암과 치매로 투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전남은 이들 소록도 천사를 위한 작은 실천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백만인 서명운동’이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인 2020년 노벨상에 추천하기 위해서다. 현재 100만인 서명을 목적에 두고 있다. 소록도 천사는 전남도만의 일이 아닐듯하다. 우리 모두의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다. 100만 서명을 넘어 1천만인 서명이 돼야 한다. 소록도 천사는 바로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재명호의 참여도 기대해 본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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