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구독경제시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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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신문과 잡지를 떠올린다. 한 달 또는 일 년에 한번 비용을 지불하고 정기간행물을 받아봤다. 이를 ‘정기구독’이라 했다. 우유도 요즘식으로 말하면 구독하는 이가 많았다.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이 새로운 경제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화장품, 꽃, 커피, 반찬, 면도기, 미술작품, 병원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자동차도 구독하고, 에어컨도 구독한다. 이젠 물건을 사서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면서 효용을 높인다. 이를 ‘구독경제’라고 한다.

구독경제는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동영상이나 음악 제공 업체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 ‘넷플릭스 모델’이라고도 한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 200만달러(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선 월 3천엔(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도 구독경제 열풍이 거세다. 직장인인 싱글 남자 후배는 ‘위클리셔츠’에서 매주 3~5개의 와이셔츠를 배송 받는다. 빨지않고 입기만 하면 되니 편하고, 색깔도 다양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한다. 그는 매주 호텔식 수건 10장을 받는 ‘노블메이드’도 구독한다. 일주일에 한번 콜드브루 커피를 구독하는 사람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생리대를 구독하는 여성도 있다. 편의점에도 구독경제가 등장했다. GS25가 7월 한달 카페25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10잔~30잔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아아’ 30잔이 2만5천원으로, 한 잔에 1천700원 판매와 비교하면 최대 51% 할인(한잔 당 834원 꼴)된 값이다.

스웨덴 자동차 볼보는 요즘 “차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Car)”를 광고한다. 이른바 ‘볼보 케어(Care by Volvo)’로 지난해 10월 독일에 이어 미국에도 상륙했다. 구독자는 2년간 매월 700~850달러를 내면 SUV XC40이나 세단 S60을 비롯한 4개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스펙트럼’ 상품을 내놨다. G70·G80·G80스포츠를 월 149만원에 매달 2회씩 교체해 탈 수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가 의식주 전 영역에 침투했다. 소비자는 주기별로 사용 품목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공급자는 안정적인 수요를 챙길 수 있어 윈윈이다. 구독경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확산 추세다.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예측했듯 ‘소유’의 시대를 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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