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소중한 책…아이들이 묻고 어르신이 들려주는 ‘서종마을 이야기’

양평 서종초교 ‘서종마을 출판협동조합-말꽃’ 운영
학교·학부모·지역사회 한마음… 혁신교육 미래 엿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월 27일 양평 서종초등학교를 방문해 출판협동조합 ‘말꽃’ 관계자들을 만나 마을교육공동체 형성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월 27일 양평 서종초등학교를 방문해 출판협동조합 ‘말꽃’ 관계자들을 만나 마을교육공동체 형성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정독한 책 한 권이 화제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도 아니고 유명한 고전 작품도 아니다. 바로 북한강이 흘러가는 강마을 양평군 서종면에 소재한 서종초등학교 출판부 ‘무너미’가 지난해 말 출판한 ‘어린이가 찾은 마을 이야기 서종마을이야기1’이다. 서종면 무너미 마을에 있는 서종초등학교와 솥배마을에 있는 정배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들이 마을의 이름과 이야기가 궁금해 선생님들과 함께 마을회관에 찾아가서 옛이야기도 듣고 할아버지, 할머니 어렸을 때 이야기도 들었다. 그 이야기를 김강수, 신순녀, 이강두, 이소영, 정주희 선생님이 기록했다.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귀한 책이 탄생한 것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2일 취임 1주년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6월 27일 다녀온 양평 서종초등학교는 ‘서종마을 출판협동조합-말꽃’을 운영하고 있다”며 “마을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써서 책을 만드는 ‘말꽃’은 마을 전체가 학교이고, 교과서이며, 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마을 교사모임에서 출발해 아이들의 활동 속에서 부모들이 소통하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너는 글을 쓰거라, 엄마 아빠는 책을 만드마’라며 마을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며 “학생들이 직접 마을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서종마을이 ‘무너미마을’이었고, 수입초등학교가 ‘무드리학교’였음을 스스로 익히며 지역의 역사를 배우고 질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것이 바로 경기교육이 지향하는 ‘경기혁신교육3.0’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6월 7일 문호4리 마을회관에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18년 6월 7일 문호4리 마을회관에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다음은 2018년 6월 7일, 문호4리 마을회관에서 있었던 아이들과 마을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정리한 ‘길곡마을 이야기(문호4리)’의 일부분이다. 미디어경청종합

Q 이윤지 어린이 : 언제부터 이곳에 살게 되었나요?

A 구자용(86세) 할아버지 : 여기서 1934년에 태어나서 지금껏 여기서 살고 있어요. 양평에서 제일 좋은 데가 서종 문호4리고 또 대한민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데가 여기 문호4리야.

Q 조혜인 어린이 : 길곡마을(문호4리)의 자랑거리는 뭐가 있을까요?

A 백승선(74세) 할아버지 : 서울에 가면은 제일 살고 싶은 데가 어디냐 하면 양평군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서종면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여기 문호4리 꽃대울 마을 부근, 초등학교에서 수입리 IC까지가 최고 좋은 마을이에요. 지금은 문호리 소재를 중심지라고 하잖아요. 모든 것은 중심지에 다 있잖아요. 초등학교, 중학교, 전부 각 업체들 문호4리에 다 있어요. 우리 이장님이 관장하는 리버마켓, 여러분들 리버마켓 가 보셨지요? 전국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와요. 또 테라로사라는 커피점이 있어요(와~) 거기 가면 커피, 빵, 아이스크림 와인 피자 또 이영애 화장품 그렇게 있어요. 여섯 개 업체가 거기 있어요.

지난 2014년부터 열렸다는 문호리 리버마켓은 예술가이자, 양평의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만드는 시장이다.
지난 2014년부터 열렸다는 문호리 리버마켓은 예술가이자, 양평의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만드는 시장이다.

A 이순화(61세) 아주머니 : 여러분 3ㆍ1 대한독립 만세운동 아시죠? 그 3월 1일 날 만세운동이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지면서 3월 10일 이곳 양평군 서종면이 이 지방에서는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니까 여러분들도 긍지를 가지세요. 만세운동이 여기서 일어났다고 기억해주시면 좋겠고 그 뜻을 기념하기 위하여 주민들이 작은도서관 옆에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하여 자그마한 기념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 있는 문호성당이 내년이면 140년이 되요. 또 문호교회도 백년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장님 아세요? 문호성당은 실학자이신 다산 정약용 선생님과 그 분 가족들이 모두 천주교 신자세요. 정약용 선생님과 정약용, 정약전 형제분 등이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전파하셨답니다.

Q 김서연 어린이 : 마을에는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A 백승선(74세) 할아버지 : 옛날에는 동네에 어른이 돌아가셨거나, 돌아가셔도 지금은 전부 장례식장으로 가잖아요. 집에서, 집에서 치뤘어요. 없는 사람은 3일장, 좀 먹을 게 넉넉한 사람들은 5일장에서 7일장까지 지냈어요. 왜냐하면 노인이 돌아가시면은 막걸리, 술이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은 양조장이 있어서 돈만 있으면 그냥 불렀는데 옛날에는 그런 양조장이 별로 없었고 또 돈 들어가니까 집에는 쌀이 있어도 옛날에는 밀주라고 해가지고 웬만한 가정에는 전부 누룩이나 그런 쌀은 있었어요. 그래서 노인이 돌아가시면 술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한 5일 되면 술을 만들어요. 그래서 3일장에서 5일장을 지냈고, 그렇게 장례를 하고. 그리고 환갑잔치, 결혼식도 옛날에는 다 시골에서 했어요.

7월 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어린이가 찾은 마을이야기 서종마을이야기1’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7월 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정 교육감이 ‘어린이가 찾은 마을이야기 서종마을이야기1’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Q 김하준 어린이 : 할아버지는 어떤 음식을 주로 드셨나요?

A 구자용(86세) 할아버지: 좋은 질문 했어요. 학생들 옛날에는 좋은 쌀이나 이런 게 있었던 게 아니고 옛날에는 보리, 조, 메밀 그것도 큰 그것이 아니고 큰 들판이 있었던 게 아니라 산에다 불을 질러서 화전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어요. 거기다 심어가지고는 그걸로다가 대부분 반 이상이 그걸로 연명하고 살았지.

Q 염호식 어린이 : 옛날에는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지요.

A 백승선(74세) 할아버지 : 우리는 어렸을 적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다가 이것을 뾰족하게 깎아가지고 잘 돌아가게 하려면 못을 박아서 세멘 콘크리트에 갈아서 그러면 모서리가 줄잖아요. 그럼 팽이채를 만들잖아요. 팽이채도 만들게 없어요. 닥나무 껍질을 벗기면 그게 굉장히 질겨요. 그걸로 요렇게 꽈가지고 그걸로 팽이채를 만들어서 그걸로 팽이를 치고 놀았어요. 또 노는 거는 축구, 공을 차기도 했는데 공이 없잖아요. 공이 없으면은 새끼를 볏짚을 이렇게 손으로 꼬면 길게 되죠. 그걸 똘똘 뭉쳐요. 뭉쳐가지고 공차기를 했어요. 또 운동장도 없어요. 여기 시골에 운동장이 없으면 겨울에 벼를 다 벤 빈 논이 있잖아요. 거기서 공차기 하고 놀았고.

Q 허태준 어린이 : 참,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옛날엔 어떻게 했나요?

A 구자용(86세) 할아버지 : 그래 지금처럼 아이들을 많이 안 낳고 하나나 둘 이렇게 낳고 귀엽게 길렀지만, 그 전에는 낳는 대로 많이 낳았어요. 다섯 명, 여섯 명 뭐 그렇게 많이 낳았는데 제대로 다 가르치지 못했지. 그런데 먹고 살기가 힘들고 하니까 나가서 일하고 하는데 일을 저지르고 말을 안 듣고 하니 회초리 가지고 때려줬어.

Q 유근모 어린이 :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나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구자용(86세) 할아버지 :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옛날이라기보다도 내가 겪은 것이 있었는데 여기 수입리라는 데서 밤에 혼자 내려오는데, 지금은 동물들이 없었지만 그때는 호랑이라는 것이 있어요. 길을 내려오는데 부시럭 부시럭 하면서 흙이 날라와. 보니까 그게 호랑이야, 근데 불이 번쩍번쩍 하면서. 땀을 쭉 흘리고 집에 와서 하루 저녁 앓아본 적이 있었어. 지금은 없지만 옛날에는 산돼지, 산짐승들이 많았어. 토끼, 노루, 멧돼지, 작은 동물은 있는데 호랑이 같은 동물은 구경하기가 힘들지.

 

서종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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