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네 말도 맞고, 당신 말도 맞다

공조직 과장이 간부회의에서 일을 맡아 오면 부서 직원들의 원성을 받고, 기업의 부장이 이사님 회의에서 프로젝트를 받아오면 능력을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공조직은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는 수비적 기능을 수행하고, 기업은 늘 새로운 업무를 통해 생산성,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공무원도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개혁과 개척정신이 있다.

기업은 수익을 추구한다.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기업에서 성과를 내면 성과금을 받는다. 그래서 부장이 일감을 받아오면 부서원들이 환호한다.

공무원은 일을 받아오면 ‘우리 일이 아니’라는 논리전에서 패한 것이니 부서장의 능력을 의심받는다. 그래서 공직사회의 혁신이 어렵다. 공무원의 성과급이나 포상이나 국내외 연수의 기회를 결정하는 일도 성과나 실적, 혁신보다는 ‘균형’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시대 명 재상 황희 선생의 ‘네 말도 맞다, 자네 말도 옳고, 당신 말도 맞네!’라는 이야기를 학창시절에 들었다.

어떤 두 사람의 언쟁을 들으며 양쪽에 모두 옳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내가 ‘도대체 누가 옳다는 것인가?’ 물으니 아내에게 ‘당신 말도 옳다’했다고 전한다.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인다는 황희 정승의 철학이 담겨 있단다.

그래서 힘이 세고 강한 것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라 한다.

빠른 속도에 날카로운 발톱, 강한 이빨을 가진 호랑이와 사자에게 조물주가 뾰족한 뿔까지 주었다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크게 파괴될 것이라 한다. 공정한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동물의 뿔은 수비용이지 공격무기는 아닌 듯 보인다.

이제 공직이든 기업이든 강력한 카리스마로 ‘나를 따르라!’하는 시대는 끝났다. 후배와 부하를 힘들게 하는 간부가 기관장의 칭찬을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반대로 기관장 질책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부드럽게 연마하고 나서 관련 부서에 전파하는 간부를 보고 싶다.

황희 정승은 긍정의 마인드로 왕을 보필하고 관리들을 덕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네 말도 옳고 자네 말도 맞다’는 긍정의 소통철학이 공직과 기업 모두에 필요한 시대라 생각한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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