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공무원 반바지 출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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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민관협치과의 구자필 주무관(48)이 지난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서다. 경기도가 여름철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의 하나로 7,8월 두 달 동안 자율적으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는데, 구 주무관이 경기도청 1호 반바지 공무원이었던 것이다. 그는 체크무늬 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었다. 여기에 맞춰 목이 긴 양말 대신 발목 양말을 신었고, 구두 대신 편안한 운동화를 신어 반바지 패션을 완성했다.

구 주무관은 반바지 착용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들 시선이 불편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조직의 보수성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변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근무 중간에 광주시청 출장을 갈 때는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출장이나 대민 업무를 고려해 여건에 맞춰 적절하게 반바지 착용 여부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들의 반바지 출근이 화제다. 2012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작한 ‘공무원 반바지 근무’가 지난해 수원시에 이어 이달부터 경기도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Free Fashion Day)’로 정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3일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출근했다.

수원시는 적극적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해 “시장부터 반바지를 입겠다”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공식행사에도 참석했는데 올해는 더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나서 내부 공직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8일 수원시청 1층 로비에서는 ‘반바지 혁신을 주도한 수원,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도 개최한다.

하지만 공무원 반바지 출근을 모두 찬성하는 건 아니다. ‘품위와 실용’ 사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반바지 허용은 에너지 절약, 업무 능률 향상이 명분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 사이에선 ‘불쾌하다’ ‘지저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공직 내부에서도 ‘반바지는 지나치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착용을 망설이고 있다. 8년째 시행 중인 서울시에서도 반바지 근무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반바지를 허용하는 자치단체의 복무 규정은 권장 사항이다. 입을 사람만 입으면 되고, 입게 될 경우 ‘단정하게’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예의다. ‘TPO(시간ㆍ장소ㆍ상황)’가 중요하다. 윗 사람 눈치 볼 것도 없고, 강요할 것도 아니고, 입는 사람을 나무랄 것도 없다. 정답이 없기에 반바지 착용을 두고 열 낼 일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기운 없고 더운 여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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