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음악으로 밝아지는 세상

지난 4월,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천재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했다. 이때 LA판 엘 시스테마라 할 수 있는 LA 유스오케스트라 20명의 단원과 한국의 꿈의 오케스트라 80명의 단원이 연합캠프를 가져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의 이름이다. 길거리의 폭력과 마약으로부터 한 나라를 바꾸겠다고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빈민촌 아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어 레슨하고 합주하는 앙상블 운동을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11명으로 시작한 이 자그마한 운동이 크게 성공을 이뤄 이제는 300명의 단원에 이르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로 우뚝 섰다.

전국 125개 학교에서 1만 5천 명이나 되는 엘 시스테마 출신의 교사들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에는 25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적극적인 문화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두다멜을 비롯하여 아바도, 래틀, 메타, 도밍고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들 교육에 기꺼이 동참하는 등 어둡고 암울한 빈민촌 어린 청소년들에게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어준 문화예술교육의 성공사례로 전 세계가 앞을 다투어 찬사를 던졌다. 이와 같이 음악의 힘은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엘 시스테마 못지않은 단체가 있었다. 6ㆍ25전쟁으로 황폐한 이 땅에 고아들로 구성되었던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지형식 원장이 이끄는 가덕도의 소양원, 그리고 ‘부산 소년의 집’ 같은 곳이 불우한 환경을 음악을 통하여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연 음악으로 세상이 변화되고 밝아질까? 필자의 경험을 말하자면, 음대를 졸업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와 공연기획을 맡아 초ㆍ중ㆍ고등학생 120명의 단원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대학입시 지옥, 서로간의 팽배한 이기주의, 가정불화 속의 일탈 등의 혼란 속에서 자유롭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음악을 통하여 인성이 바뀌고, 자기의 꿈을 키우는 과정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 3월부터 오산 시민들 삶의 체험에 문화적 생기를 넣어 문화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산시는 ‘교육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교육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엘 시스테마 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아이들이 바뀌고 도시가 변화되고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요한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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