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치명적인 마약을 조명하며 사람과 나라를 회상하다…‘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인류의 역사는 마약과 함께 시작했고 여전히 동행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학자 테렌스 맥케나는 ‘마약 원숭이(Stoned Ape)’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은 고대 인류가 실로시빈이라는 환각물질이 포함된 버섯을 섭취하면서 특이점을 넘어서게 돼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흥미롭지만 검증하기 어려운 가설로 평가받는다. 그런 가운데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도 마약성 식물이 발견되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인류의 조상도 마약과 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샤머니즘 종교가 등장했을 때도 샤먼들은 종교적 의식이나 의료 행위를 수행할 때 마약성 물질을 사용했거 이후로도 수천년간 대마나 아편 같은 마약성 물질은 진통제나 오락성 약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류와 함께 해 온 마약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인류사를 조명하는 도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동아시아 刊)가 독자들을 찾아왔다.

더욱이 최근 국내에서 마약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치는 만큼 마약 관련 정보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마약은 제조 방식에 따라 대마, 아편, 코카인 같은 천연마약과 필로폰, LSD, 엑스터지 등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이 중 합성마약은 대부분 일반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명돼 흥미로움을 더한다. 또 천연마약 중 코카인은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고 각성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화이트칼라들이 업무 중 농도를 약하게 해 복용하기도 한다.

국내 마약 역사도 도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마약은 필로폰으로 과거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감기약을 만들다 발명된 약품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대량으로 투여됐지만 종전 이후 일본에서 마약으로 분류되며 투약과 생산 모두 금지됐다. 이에 우리나라가 중간 생산기지로 부상해 일본에서 소비되지 않은 물량이 범죄 조직의 루트를 타고 국내 곳곳에 퍼지게 됐다. 이외에도 도서는 마약과 관련한 역사ㆍ의학적 사실은 물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지금까지 마약을 ‘나쁜 것’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생각해왔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독성과 대다수 마약은 술, 담배보다도 위해성과 중독성이 낮다는 의학적인 관점이 지속적으로 부딪치고 있다. 마약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고 의학ㆍ사회ㆍ법률적 관점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마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값 1만5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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