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본 대응법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더니, 이제는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면서 아베 총리는 그 이유로 북한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우리한테 수출한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넘어가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의 이런 주장에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화학 무기를 만드는데 설령 불화수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구하기 쉬운 일반 불화수소를 사용하지, 값도 비싸고 물량 확보도 어려운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이용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막무가내식 주장은 정말 대응하기도 창피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가 지금 일본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일본의 책략에 넘어가는 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아베 총리에게 21일에 있을 참의원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 의석(비개선 의석)은 121석이고, 새로 선출하는 참의원은 모두 124명인데, 아베가 개헌을 추진하려면, 새로 선출하는 124석 중 87석을 획득해야만 한다. 하지만, 87석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헌을 저지하려는 야당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는 외부의 적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외부의 적으로 대한민국을 골랐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아베는 오히려 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시끄러울수록 일본인들의 감정을 자극하기는 더욱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응은 차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청와대의 대응은 잘 하는 듯 보인다. 처음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하면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정도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아베 총리는 지금 나가도 너무 나간 행동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북한 문제까지 끌어들여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일본의 이런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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