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한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 재범을 낮출 수 있겠지만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이들을 완벽히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특정인을 쉽고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는데, 바로 ‘전자발찌(Ankle monitor)’다.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발목에 채워 위치를 추적하는 도구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이동하면 위치가 위치추적관제센터에 표시된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일 밤 광주의 주택가에서 전자발찌를 찬 50대 남성이 침입해 모녀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붙잡힌 범인은 3차례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 7범이었다. 2010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5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고 2015년 출소했다. 이후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해 재수감되면서 2026년까지로 착용기간이 연장됐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위험인물임에도 야간 외출조차 제한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했다니 충격이다. 범인은 체포 당시 “미수범이라 (교도소에서)얼마 안 살고 나올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성범죄 처벌 법과 제도가 얼마나 만만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전자발찌의 허술한 관리가 자주 도마에 오른다. 관리 대상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감사원의 ‘여성 범죄피해 예방 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이들이 2013년 30명(재범률 1.71%)에서 2018년 67명(10월31일 기준·재범률 2.3%)으로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은 관리인력 부족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지난 6월 기준 전국에 3천846명이지만 이들을 감시·관리할 위치추적관제센터 인력은 69명뿐이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울리는 경보음이 1년에 약 400만건인데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제대로 대처가 안된다고 봐야한다. 인력도 충원하고, 법무부와 경찰 간의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률도 개정해야 한다. ‘전자발찌는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언제까지 들을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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