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대학 현장실습제 개선을 바라며

며칠 전 우리 학과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도방문을 나갔다. 김포에 소재한 A 업체에는 6명의 학생이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 성실하게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다. 업체 담당자를 만나 근무 상황을 묻고 잘 지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업체에서는 얼마 후 채용계획이 있으며 현장실습 나온 학생 중에서 채용을 고려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방문기념 사진을 찍고 나오려고 하는데 더 머물다 가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있었다. 매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회사 안에서 다하지 못한 대화를 나눴다.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B 업체로 실습을 나간 학생이 그 회사에 취업이 이미 결정된 상태와는 대조적이었다. A 업체에서는 정규직을 뽑는 것인데도 학생들은 특별히 나쁜 점은 없지만, 취업을 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한편, 대화 도중 학생들이 교수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면담 시간이 곧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아했던 것이었고, 오래 머물다 가라고 한 것도 그만큼 더 쉬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나마 이같이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은 다행이다. 실습으로 학생들은 전공관련 회사의 업무와 근무 환경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좋고, 회사입장에서는 실습생들의 근무태도와 실력을 평가하여 우수 학생들을 사원으로 뽑을 기회가 되어 좋은 것이다.

하지만, 3년 전 어느 학교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실습생이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고, 일부 산업체에서는 현장실습생의 노동력만 착취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교육부에서는 현장실습제도를 축소했다. 특히 노동부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실습생에게 비용을 내게 하니 이제 현장 실습생을 받을 중소기업은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제도가 바뀌어 업체에서는 실습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거나, 실습이 아닌 교육 시간으로 일과를 보내게 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현장실습생을 받을 때의 유리한 점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20여 년 동안 실습생을 받아 온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거의 학생들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관계 기관에서는 현장실습의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 효율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현장실습 관련 개선된 제도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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