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양 신기초등학교의 자랑스러운 도서위원이다. 도서위원은 도서관 책을 정리하고, 대출 반납, 책 읽어주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책을 정해진 자리에 꽂기 위해서는 먼저 책 번호를 외워야 하는데 처음에는 다 못 외워서 고개가 아프도록 책장을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았었다. 하지만 이제 5학년이 되니 책을 보자마자 인공지능 로봇이 된 것처럼 딱 자리가 보이고 빠르게 제자리에 책을 꽂을 수 있게 되었다. 피아노 악보를 보자마자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6학년이 되면 도서관 책 지도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벤져스 영웅들이 각자의 능력으로 지구를 지키는 것처럼 나도 이런 능력으로 도서관을 지키는 것 같아 뿌듯하다.
책 정리 다음으로 재미있는 일은 대출 반납을 돕는 일이다. 이 일을 할 때는 카드를 찍고, 책을 빌린 친구에게 “다음 주에 반납해 주세요”라고 말을 해야 한다. 이 일 역시 처음에는 동생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해서 많이 어색했는데 몇 번 하니까 자연스러워지고 평소에도 존댓말이 습관이 돼 잘 나오게 되었다. 하루는 집에서 식사 준비를 돕고 “식사 준비 다 되었습니다. 모두 모여 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외할머니께 “우리 상혁이는 말도 예쁘게 하네”라고 칭찬까지 해주셨다. 말은 역시 습관인가보다. 도서위원을 하다 보니 말 습관도 좋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위원의 최고 활동은 동생들 ‘책 읽어주기’인 것 같다. 마치 내가 책 읽어주는 어머니들처럼, 선생님들처럼 동생들 반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산’이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이산의 내용은 이산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산이 몸과 마음을 단련해서 다음 왕이 되어 한국을 잘 다스린 왕중의 왕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펼쳐서 실감 나게 읽으려고 감정을 넣어서 읽었더니 어떤 친구는 웃으면서 나를 뚫어져 쳐다봐 주고, 어떤 친구는 이야기의 감정에 따라 표정이 바뀌면서 집중하기도 한다. 그런 동생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책을 읽는 나에게 다시 도돌이표처럼 돌아와 나를 웃게 하고 더 잘 읽어줘야겠다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동생들 앞이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긴장을 하는데 동생들의 웃음을 보는 순간 자신감이 올라가고 읽어주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주다 보니 정조대왕 이산의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슬픔, 그리고 이겨내고 존경받는 왕이 되기까지의 길을 함께 걷는 친구가 된 것도 같고, 이산의 팬이 된 것 같다. 나도 이산처럼 나라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안양 신기초의 자랑스런 도서위원이 되어야겠다.
안양 신기초 5 문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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