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와 미래 직업교육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매일 아침 직업교육 관련 신문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양질의 취업, 현장실습 찬반, 고용률과 실업률, 능력중심사회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에 관한 기사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직업교육 관련 기사가 올라온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직업계고에 근무하고 있는 교장으로서, 취업을 앞둔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어떤 날은 행복 가득한 미소로, 어떤 날은 미간을 찡그리며, 어떤 날은 애통함에 가슴을 치기도 한다.

최근 읽은 기사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물류와 배송 관련 단순 반복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될 때 발생할 직원들의 실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직원 10만 명(전체 직원의 3분의 1)에게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한 직무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아마존의 기업 문화를 보면서 직업계고등학교 교사로서 고민은 깊어진다. 변화하는 미래 시대의 직업교육을 위해 학교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적용하고 안착시킬 것인가.

직업계고등학교는 산업 현장의 직무 중심으로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해 현장 맞춤형 우수 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를 도입해 학교 수업만으로 1학생 2종목 이상의 자격 취득을 통해 창의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란 국가 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ㆍ훈련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후, 내ㆍ외부 평가를 거쳐 일정 합격기준을 충족하는 교육ㆍ훈련생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2015년도에 자격제도를 도입한 이후, 자격 취득자는 5천600명에 달했으며,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으로 운영되는 종목은 기사 8종목, 산업기사 44종목, 기능사 85종목, 서비스 6종목 총 143개이다.

이는 기존의 자격검정제도와는 달리 학력, 전공, 경력 등의 조건 제한 없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특히 직업계고 학생들은 교육 과정에 따른 평가를 통해 학교 수업만으로도 산업기사 자격 취득이 가능해 고수준의 직무역량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또한,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교육ㆍ훈련생의 특성 및 수준을 고려한 유연한 수업 편성이 가능하게 돼 있다. 학생 자율능력단위 시간이 확대돼 1학생 2종목의 산업기사 자격 취득도 가능해져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기계 전문가, 회계지식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과정평가형 자격 제도 도입은 4차 산업시대의 미래 직업 교육을 준비하는 직업계고등학교의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철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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