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해충돌방지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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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의 ‘문화재 거리’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지난 6월18일 부패방지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 지역 부동산을 사들인 손 의원 보좌관과 부동산업자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손 의원은 목포 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알게 된 뒤 목포시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보안자료를 얻게 됐다. 이를 토대로 사업구역 내 토지 26필지와 건물 21채 등 14억 원어치 부동산을 남편의 재단과 지인들이 사들이게 했다. 검찰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손 의원의 행위가 ‘부동산 투기’에 해당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문화재 보존을 위한 순수 공익적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설사 공익적 목적을 위한 행동이었다 해도 자신이 직접 부동산 구매에 나선 것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하다. 유무죄 여부와 별개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해충돌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는 엄격한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 올해 초 손혜원, 송언석, 장제원 등 여러 국회의원의 상임위 활동과 관련한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앞다퉈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국회에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는데 틀리지 않았다.

손 의원이 직무상 얻은 사전 정보로 부동산을 사들인 의혹이 제기됐을 때, 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처벌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는 김영란법을 만들때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원들이 자신들을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반쪽짜리가 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19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가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영란법 때 빠진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입법화한 것으로, 고위공직자에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이 포함된다. 여야 정치권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20대 국회 초반 ‘특권 내려놓기’를 떠들다가 용두사미가 된 사례처럼 또 사그라지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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