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이사

이사 가고 싶다. 오늘 정말 격하게 느꼈다. ‘이사 가고 싶다’, ‘아니 뭐 이런 집이 다 있어?’. 집 있는 데까지 올라오는 언덕이 그 언덕 올라오면 집까지 계단이 39개. 하아아아아아.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매일 매일이 등산 하는 거 같다.

진짜 이사 가고 싶다. 우리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 우리 집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긴 한데 그늘 덕분에 꽤 시원했다. 근데 옆에 나무들을 다 잘라놔서 올해는 엄청 더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우리 집의 좋은 점은 없는 거 같은데? 내 머릿속엔 단점만 잔뜩 들어있다. 이사 가고 싶다. 이사 가면 좋겠다.

우리 호두도 집에만 있는 거 지루할 텐데, 세상을 봐야지. 고양이들은 걍 여기서 잘 살라 그러고 이사 하고 싶다. 어차피 걔네는 길냥이들인데 지들 알아서 잘 살겠지. 아닌가? 하긴 얘네는 어릴 때부터 밥을 주던 얘들이었지. 뭐 어때? 이사만 가면 좋겠다.

양평 정배초 6 김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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