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업고등학교, 전문대학교, 4년제 대학교 등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각각 일정기간 이상 실무경험을 쌓은 후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축사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4년제 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경우는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했다. 다른 자격의 경우 졸업과 동시 또는 재학 중 응시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취득하기 힘든 조건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힘들게 취득한 자격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자격증들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다. 특히 선진국이 아닌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한 건축계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건축사연맹(UIA)을 중심으로 건축사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 건축계도 일찌감치 상호인정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캐나다, 멕시코, 영연방(CAA),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정회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호인정 요건 중 중요한 것은 건축사 시험제도에 의한 자격증 자체가 아니라 건축사가 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양질의 건축교육에 있다는 것이다. 즉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에 의한 최소한 5년 이상의 전일제 교육을 필한 사람의 수준에 부여되는 건축학 전문학위와 2년 이상의 실무수련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인증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KAAB)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건축학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각각 국가가 부여한 인증학위를 상호 동등하게 인정하는 캔버라협약(Canberra Accord)을 2008년 체결하고 운영 중에 있다. 이를 통해 회원국들 간에 실무 및 교육 차원에서의 국제교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상호인정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에서 시행하는 인증실사에 통과한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받고 일정기간 수련 기간을 거쳐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 5년제 건축대학 편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번 인증받으면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니다. 일정 기간마다 정기적인 인증실사를 통해 질적 양적 평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물론 4년제 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인증을 받은 대학원을 졸업하는 방법도 있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5년마다 보수교육을 통하여 건축사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상호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업고등학교나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 건축과만 졸업한 사람은 건축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없다. 자연적으로 건축 관련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 인기가 시들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지역마다 건축사를 보조하는 건축사보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힘든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게 있다. 건축과를 나온 사람은 모두가 건축사가 되어야 하는가?
김동훈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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