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이웃나라 일본을 위한 대자비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재조산하’를 말했다. ‘이게 나라냐’로 대변되던 2016년,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길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마 당시 문 대통령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반일의식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싸움은 일본에서 걸었는데 들춰보니 진정 바로잡아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깨달음이다. 지금껏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사정, 일본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줄곧 심화됐던 사정이 오늘의 사태를 야기했음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65년 이래 무역적자 누적액은 708조 원, 아울러 지난해 일본관광으로 쓴 돈이 6조 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됐다. 경제의존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한국전쟁으로 경제부흥의 기회를 제공한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는 일본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축구에서는 일본을 꺾었을지라도 실속은 제대로 챙긴 바 없었던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최대의 사내유보금을 갖고서도 일본으로부터의 기술독립을 위한 투자에 게을렀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기업에게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을 떠나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 같은 건 기대할 게 못 되었던가. 그 과정에서 경제의존에서 벗어날 기술을 개발했으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사장된 우리 중소기업의 사연은 참담하다. 이제부터라도 대기업은 책임감을 느끼고 정부를 따라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던 어느 지인은 일본의 국운이 다한 것 같다고 했다. 근거로 든 것이 불의한 정치권력에 대한 일본국민의 ‘저항의식 실종’이었다. 일본국민은 장기 경제불황의 늪에서, 또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선의를 상실한 듯 보인다. 무기력하고 비판 없이 끌려가는 우중의 모습을 택한 듯. 그런 국민을 등에 업고 아베는 자국의 정세불안을 타개하려고 과거 반복된 역사에서 그래 왔듯, 이번에도 전쟁이라는 방식, 그 만만한 제물로 우리를 선택한 것이다. 그 못된 습관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이웃나라 일본을 위한 대자비일 것이다.

그러하니 지금의 일본여행 안 가기,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절대적인 정의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 국민이 손에 쥔 무기는 지극히 평화롭다. 그러나 그 어떤 가공할 무기보다 시퍼렇게 날 서 있음을 똑똑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규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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