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유난히 극성을 부리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기는 공공의 적이다. 그래서 지구 상에서 모기를 몰아내기 위한 모기박멸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성공에 이른 사례는 없다.
첫 번째 시도는 DDT였다. 당시에는 인체에 해가 없으면서도 살충효과는 뛰어난 획기적인 신약으로 모기박멸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모기는 DDT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고 광범위한 남용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급기야 사용이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모기박멸 시도는 계속되었고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모기박멸 시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가 지구에서 사라질 거라고 믿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모기는 발생지를 중심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모기의 생태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 방역을 실시한다면 우리의 생활 주변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모기가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터넷에서 락페스티벌 후기를 찾아보면 이천에서 열린 지산락페스티벌 현장이 다른 락페스티벌 공연장과 유난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모기에 관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락페 후기에서는 모기에 물리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 반, 모기 반, 모기가 득실득실, 모기 천국”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지산락페 후기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게 모기가 거의 없었다, 모기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이 진짜 미스테리하다, 모기약을 엄청 쳤는지 모기 한 마리도 없다”는 글들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등장한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해당 지자체에서는 지산락페스티벌이 처음 열릴 때부터 주최 측의 요청으로 공연장의 방역소독을 맡게 되었는데, 통상적으로 열흘에 한 번씩 시행하는 분무소독 횟수를 늘려서 2~3일 간격으로 세 번 실시한 것이 전부였다.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다면 연막소독 대신 ‘방역 특장차를 활용한 맞춤형 친환경 분무소독’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필자도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내심 많이 놀랐다. 필자가 시도한 방역소독 방식이 모기 퇴치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자부심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러한 정도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기의 활동범위가 유충이 성장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면 모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지역으로는 인근의 모기가 쉽게 날아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모기 없는 쾌적한 환경이 가능할까? 모기박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의 생활 영역에서 모기를 몰아내어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수준의 모기 퇴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하우는 필요하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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