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KT위즈파크의 여름

KT위즈파크의 2018 여름은 화려했다. 대형 호수로 관중석에 물을 뿌렸다. 더위를 식히려 시작한 ‘폭염 대책’이었다. 이게 대박이 났다. KT위즈파크만의 서머 페스티벌이 됐다. 화려한 물놀이 복장이 관중석을 덮었다. 연인들에겐 워터파크 그 자체였다. 물줄기를 즐기는 외국인 팬도 크게 늘었다. ‘MLB에도 없는 여름 축제’라는 평이 나왔다. 그때까지 여름은 ‘관중 없는 계절’이었다. 이 고정관념을 깬 게 KT위즈파크의 2018년 여름이었다. ▶그때, 그 흥겨운 축제장을 숙연하게 만든 모습이 있었다. 관중석에 한 팬이 들고 있던 푯말이다. ‘진정한 팬서비스는 승리입니다.’ 그랬다. 그때 KT위즈 성적은 엉망이었다. 시즌 초반 반짝하던 순위가 줄곧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 타율, 팀 방어율 등 모든 면에서 꼴찌였다. 경기를 풀어갈 전술도 없었다. 급기야 홈경기 2대 20 대패라는 굴욕까지 겪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그즈음 나온 팬의 외침이다. 그 절절했던 표정이 생생하다. ▶2019 여름이다. KT위즈파크는 또 흥겹다. 축제는 한층 세련되게 진화했다. ‘2019 KT 5G 워터 페스티벌-수원 해수욕장’이라고 명명됐다. ‘비치 존’이 설치됐고, 고압 살수포도 등장하고, 워터 슬라이드도 운영된다. 말 그대로 ‘해수욕장 야구’다. 후반기 첫 두 경기가 장맛비 속에 치러졌다. 우중충한 날씨였다. 그래도 KT위즈파크를 찾은 관중의 즐거움은 막지 못했다. 야구 선진국으로의 ‘이벤트 역수출’을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다행히 성적표도 좋다. 47승 1무 51패다. 꿈만 같던 승률 5할이 멀지 않다. ‘탈꼴찌’에 매달리던 건 옛말이다. 30일 현재 전체 6위다. 가을 야구 조건인 5위가 눈앞이다. 전체 흐름도 과거와 다르다. 5월 이후 퇴보 없는 상승이다. ‘9연승’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우승후보’ 두산엔 싹쓸이 승까지 거뒀다. 강백호도, 황재균도 빠져 있다. 부상병동에서 만들어가는 성적이라 더 값지다. KT위즈 팬들의 기대가 높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Yog’i Berra)가 한 말이다. 꼴찌 뉴욕메츠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던 해 말했다. 주로 희망을 얘기할 때 쓴다. 정반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해 메츠는 우승을 놓쳤다. 그 이듬해 요기 베라는 쫓겨났다. 어쩌면 진짜 끝은 거기였을 수 있다. KT위즈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2019 시즌의 끝은 아직 멀다. 다시 등장해선 안 될 추억이 있다. ‘진정한 팬 서비스는 승리입니다’란 2018년 푯말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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