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된 딸의 행복을 위해 그 가족의 생활로 파고드는 여자의 이야기…‘훔쳐보는 여자’

지난 1993년에 개봉한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는 주인공 다니엘 힐라드(로빈 윌리엄스)가 이혼 후 자녀들이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보모로 분장해 본가에 위장 취업하게 된다. 아울러 최근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신분을 숨기고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외부인이 한 가정에 침투해 그 가족의 생활로 파고드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묘한 긴장감과 이색적인 시선을 선보인 바 있다.

입양된 딸의 행복을 위해 그 가족의 생활로 파고드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훔쳐보는 여자>(한스미디어 刊)가 출간됐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오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오텀은 십대 시절에 낳아 입양 보낸 딸을 잊지 못하는 여자다. 그러다 우연히 딸 그레이스가 입양된 가족의 SNS를 찾아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체크하게 된다. 급기야 그는 딸을 가까이서 보고픈 마음에 이들의 뒷집에 사는 남자 벤을 유혹하고 그곳으로 이사해 그레이스 가족을 계속 염탐한다.

때마침 그레이스네 가족은 가정 불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아내인 SNS 주부 스타 대프니는 남편 그레이엄의 외도를 알아챈 뒤 절망하고 있어 육아와 가사에 지친 터라 보모를 구하게 된다. 이때 오텀은 보모로 채용돼 그레이스를 돌보며 가족들의 상태를 알게 되고 딸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레이엄의 내연녀 마르니가 죽은 채 발견되며 수사망은 오텀과 대프니로 좁혀지게 된다.

그레이스를 향한 오텀의 집착은 작품 초반부의 몇가지 구절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내 딸, 항상 지켜보고 있어. 네 뒷집에서”, “그 애를 찾았다. 3년이나 걸렸지만 나는 그 애를 찾았다. 그들은 그 애를 그레이스라고 부른다. 그레이스는 그들과 닮지 않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들의 딸이다. 그리고 내 딸이기도 하다” 등은 섬뜩하면서도 마냥 혐오할 수 없는 강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구절이다. 아울러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기생충>이 선보인 이색적인 시선도 드러나있다. 밖에서 볼때는 그토록 완벽하고 진실성이 넘치는 가족이었지만, 보모로 취업한 후 안에서 본 가족은 불륜과 결핍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남다른 콘셉트를 갖춘 이번 작품이 국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은 물론 가족과 모성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줄 전망이다. 값 1만4천800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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