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9월 1일 새벽 2시 7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대한항공(KAL) 007여객기는 “정상루트 통과지점인 캄차카 앞바다의 니피(북위 49°41’, 동경 129°19’)를 통과하였다”고 도쿄 국제통신국 나리타 관제소에 타전한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3명 등 269명이 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조금 못된 3시 12분. 정상 항로를 벗어나 소련의 사할린 근처 영공에 들어선 KAL기를 추적 중인 소련 전투기 조종사가 “대한항공기를 육안으로 발견하였다”고 지상기지에 무전 연락한다. 이후 소련 전투기는 지상기지와 “조준을 맞추어라”등의 3차례에 걸쳐 교신을 주고받았다. 몇 분 뒤 기수를 사할린 상공으로 트는 KAL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소련 조종사는 “명중하였다. 목표물을 파괴하였다”며 지상기지에 타전했다. 격추된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소련 정부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자국 영공을 침범한 KAL기가 착륙 유도에 불응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참담한 뉴스를 접한 국민은 할 말을 잊었다. 이날 사할린의 차가운 바다에 떠있는 승객들의 유품과 비행기 잔해는 텔레비전을 보는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에 앞서 1978년 4월 20일. 소련은 파리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 707여객기를 자국 영공 침범을 이유로 전투기를 띄워 미사일로 공격했다. 다행히 KAL기는 왼쪽 날개가 파손된 채 무르만스크 남쪽의 얼음호수에 비상착륙했지만, 이 과정에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110명 중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9년 7월 23일 오전 9시 1분. 러시아 항공우주 방위군 소속 조기경보기 A-50이 대한민국 동해 독도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무단 침범했다. 타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 침범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영공침범 이틀 뒤인 25일 우리 군 당국이 러시아 정부에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전달했다. 돌아온 답변은 “영공 침범은 없었다”. 참 뻔뻔한 ‘오리발 외교’다.
경제가 어려운데다 국회 정쟁으로 열을 받는데 일본 갈등은 깊어가고 북ㆍ중ㆍ러까지 흔들어대니 이래저래 국민은 피곤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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