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쇼’ 호날두 그리고 대한민국은 없었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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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축구마니아’이다. 집 거실에 있는 대형 텔레비전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전 경기를 보기 위해 지름신을 강림시켜 구매했다. TV에 나오는 각종 예능이나 드라마는 전혀 모른다. 오직 EPL(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 A(이탈리아), 리그 앙(프랑스)만이 존재할 뿐. 솔직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팬(유벤투스)은 아니다. 그래도 축구 좀 안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호날두는 레벨이 다른, 소위 ‘볼 좀 잘 차는 선수’로 인정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2019년 7월 26일 오후 8시50분까지는 말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잘하는 만큼 대우(돈)를 받고, 못하면 가차없이 ‘팽’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신계’에 도달했다고 하는 호날두나 메시 같은 선수들은 감독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갖기도 한다. 승부의 냉혹한 세계에서 그런 선수를 보유한 감독은 우승 트로피 ‘적립’이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프로의식’이다. 프로 스포츠는 절대 구단과 선수로만 운영될 수 없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육수만 있고 면이 빠진 평양냉면’과 같은 것이다. 완전체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전성기에 잔여 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우승이 확정됐는데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거의 풀타임 경기를 뛰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아온 이들에 대한 예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노쇼 호날두?’ 이제 안 보면 그만이다. 유벤투스? 그냥 세리에 A의 한 클럽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다만, 자존심에 상처 받은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노쇼 호날두’ 사태를 보면서 심히 걱정되는 대한민국이다. 국회는 각 정당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노쇼 입법기관’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는 경제 회복 대신 ‘북한 바라기’에 열중하는 ‘노쇼 행정기관’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출 규제로 인한 대 일본 대응 역시 ‘노쇼 대한민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이 ‘글로벌 코리아 패싱’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호날두에게는 ‘프로의식’을, 대한민국에는 ‘국민의식’이 먼저 확립되길 기대해 본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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