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에서 발간된 ‘제로 웨이스트 홈(Zero waste home)’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사는 비 존슨이 남편과 두 아이와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한국에선 ‘나는 쓰레기없이 살기로 했다’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책은 세계 25개국에서 출간, 저자와 같은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1년에 1리터만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비 존슨은 이 놀라운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된 후 쓰레기 줄이는 노력을 시작했다.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은 직접 만들거나 재사용하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쓰레기들은 퇴비로 만들었다. 샴푸, 화장지 등의 대용품을 찾느라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시행착오 끝에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터득했다.
비 존슨이 지난 7월 서울에서 강연을 했다. 그녀는 1리터짜리 작은 유리병을 들고 나왔다. 1년 동안 4명의 식구가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였다. 그가 주장하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방법은 ‘5R’로 요약된다.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고(Refuse), 쓰는 양은 줄인다(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산다(Reuse).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재활용으로 분류한다(Recycle). 나머지는 썩는 제품을 사용해 매립한다(Rot).
비 존슨만큼은 아니어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단지 귀찮고 불편해서, 또는 습관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린다. 하지만 쓰레기산, 환경 파괴, 환경 호르몬 등 많은 부작용을 생각하면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 나부터, 가정에서부터, 작은 것부터가 중요하다.
최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는 세계 어디를 가든 대나무 빨대, 텀블러, 에코백을 필수품으로 챙긴다. 현지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 특히 많은 카페들도 ‘플라스틱프리’를 선언하고 있다. 서울의 카페 ‘딥블루레이크 커피&로스터스’는 테이크아웃용 컵과 비닐봉지, 빨대를 모두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PLA(폴리락트산) 제품으로 바꿨다. 일회용 포장지를 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숍’도 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바닷가마다 먹고 마신 맥주 캔, 배달음식 포장재, 테이크아웃 컵이 나뒹굴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4만5천t, 이 중 수거되는 쓰레기는 60%에 불과하다. 휴가철이면 자연은 쓰레기 전쟁터가 된다. 올 여름, 쓰레기 없는 ‘제로 웨이스트 투어’를 실천해보자.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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