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문 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도’의 시행에 따라 운동 선수를 지도하는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두 달도 채 안됐지만 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아우성이다. 교육 당국이 제도 시행에 앞서 일선 학교에 보낸 안내문에는 ‘주52시간 근무제도’를 준수하지 않고 위법사항이 발생할 경우 학교장에 대해 처벌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학교장들로써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각급 학교에서는 운동 선수들의 대회 불출전 포기가 속출하고 있고, 매년 동ㆍ하계 혹한ㆍ혹서기를 피해 시행하던 전지훈련도 줄어들고 있다. 대회 출전ㆍ전지훈련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등 체육계에서는 한국 체육의 근간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회 개최를 주말에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말 대회 개최는 지도자들의 주52시간 초과근무가 필연적이지만 이에 대한 고려없이 제도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 ▶전문 지도자들은 체육의 특성상 일정의 훈련 과정과 노력 속에서 기량을 발전시켜야함을 강조하며 국내ㆍ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도’ 시행에 있어서 학교 체육지도자들에 대해 예외 조항 마련 또는 탄력적인 운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 관련 부처에서 ‘다른 분야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도를) 다 환영하는데 왜 체육계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소식만 전해진다. 한마디로 체육의 특수성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이에 한 전문 지도자는 현실을 외면한 제도 강행에 대해 “우리가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시간 지도를 하겠다는 데 왜 법으로 이를 금지시키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한 자녀의 운동 특기 적성을 살려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해 운동을 시키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이제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곳을 택해 유학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법도 분야별 특수성과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체육인들의 우려와 간절한 목소리를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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