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대한민국에서 ‘잊혀질 권리’는 이제 익숙한 말이 됐다.
2010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는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 과거 연금을 제 때 내지 않아 집이 경매에 나왔던 신문기사를 발견한다.
12년이 지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를 삭제하는 것 대신 구글에 검색 결과를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에 항의해 소송을 냈다.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사건이다.
그런데 요즘 문득 잊혀지지 않을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4일 자주 가던 편의점에 들렀더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태극기 함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 아저씨는 “내일이 광복절이고, 때가 때이니 만큼” 태극기를 가져오셨단다.
꽤 깨끗하게 보관한 태극기함에 “그래도 보관을 잘 하셨나봐요” 했더니 “사실 전에 있던 태극기가 안보여서 새로 사온 거야”라고 머쓱해 하신다.
순간 우리 집 태극기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꽤 마음이 뜨거운 열혈 국민인 줄 알았는데, 정작 꾸준한 관심은 없었던 거다.
광복절을 맞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올해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명단) 제외에 따른 불매운동까지 겹쳐져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광복의 기쁨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실체 모를 뭉클한 감동이 밀려오다가도 문득 이 관심이 얼마나 지속할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수십년간 독립운동을 연구해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는 “금방 식을 열기”라며 “우리의 역사에게 잊혀짐이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악연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맘때가 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거나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같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바쁘다는 이유로, 원래 잘 모른다는 이유로,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가 이 아픈 역사를 잊어선 안되는 것 아닐까.
우리의 터전을 만들고, 지금의 우리를 만든 선열들의 아픈 역사는 잊혀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잊지 않을 의무가 있다.
김경희 인천본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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