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발견한, 글쓰기를 통한 마음 치유의 길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 / 양성희 著 / 모아북스 刊 / 값 6천 원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며 마음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한 엄마는 좋은 엄마, 씩씩한 엄마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삶에 왜 꼭 괴로움이 따르는지 알고 싶어 마음공부를 시작한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마음 치유의 길을 발견한다.
이 책은 일상이 괴로움으로 차 있다는 오해를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괴로움의 본모습을 찾아내고, 아주 독특하면서도 효과적인 글쓰기 심리 치유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자식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늘 부모의 헌신을 요구하고 부모의 육체와 정신을 다 쏟아붓게 한다. 평범한 아이를 키우는 일도 그럴진대, 몸이 아픈 아이는 어떠할까? 장애를 가진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끊임없는 감정의 소모를 요구한다.
분노, 죄책감, 서운함, 절망감 등 세상이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한꺼번에 느끼는 듯한 좌절을 맛본다.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세상이 정말 나를 도와주기는 하는 건지 끝없이 원망하게 된다. 그런 시기에 저자는 수없이 외쳤다.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라고.
평범한 엄마였고, 아이를 평범하게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고, 평범하게 살면서 작은 행복과 보람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저자에게, 특별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우울증에 걸려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고 추락하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았다. 그랬던 엄마는 이제 낯선 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심리 치유’ 수업을 하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심리 치유의 구체적인 방법은 글쓰기였다. 글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치료적 매개체로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으로 뇌를 자극하는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
여러 가지 글쓰기 중에서도 저널 쓰기는 일관된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단히 자유로운 형식이기 때문에 뇌의 여러 영역을 풍부하게 활성화한다는 면에서 최적이다.
저자는 ‘나는 다 잘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착각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었다. 출산과 육아에 사로잡힌 저자의 정체성은, 건강하고 똑똑한 아들딸을 고루 낳아 좋은 엄마로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과 달리 힘들게 아이를 키운다는 현실의 괴로움은 저자가 내면의 심리를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마음속을 알기 위해 시작한 심리상담의 길이 다른 사람의 삶도 바꿔가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 괴롭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인생 자체가 학교’라는 것이다.
이 책은 괴로운 현실 때문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사람에게, 그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적인 교훈을 들려주는 가이드다. 뇌 과학, 심리학, 글쓰기를 통한 심리 치유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온화하지만 절절하다.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서울=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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