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부지런한 젠틀맨’ 이재창 도지사

늘 깔끔한 외모에 샤프한 인상으로 경기도 부지사와 도지사로 일하신 이재창 도지사(1990년 6월~1992년 4월)는 경기도 출신(파주)이어서 임사빈(양주) 도지사 이후 또 한 분의 도 출신 도백으로 환영받았다. 젠틀한 외모만큼 업무처리도 철저하신 분으로서 도지사의 모든 결재서류에는 늘 체크와 수정이 있으므로 담당 사무관들은 항상 신경을 쓰면서 결재를 받았고 결재가 나오면 문서 전체를 살피기도 했다.

여러 부서의 결재서류가 밀리면 비서실에서 한곳에 모아 보자기에 싸서 공관 서재에 올리면 외부출장에서 돌아오신 도지사께서 심야에 결재하였는데 이 경우에는 더욱 수정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공관에서 차분히 서류를 보게 되니 그러할 것이라 당시 공무원들은 추측했다.

이제는 퇴직하셔서 60대 후반이 되신 좋아하는 공직 간부의 1999년 회고. 이재창 지사님의 결재문서가 수정 없이 나왔기에 참 신기한 일이다 싶어서 끝까지 문서를 살펴본바 마지막 장 시군에서 올라온 서류의 오자를 발견하시곤 결재하신 사인펜으로 수정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재창 지사는 결재문서에 신경을 쓰심은 물론 결재문서 앞에 붙이는 ‘요지’조차도 관심을 가졌다. 도지사의 결재를 받는 문서조차 이면지를 쓰도록 했다. 그런데 직원들 사이에 나온 이야기 중에 “우리 과는 일부러 ‘글씨가 적게’ 이면지를 만들어 도지사님 결재요지를 붙였다”는 동향보고를 들으시고 그렇게까지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간부회의에서 말씀하셨다.

예산부서 선배님의 회고. 내무부(정부)의 승인을 받던 예산을 지방의회가 심의하게 되었지만, 이재창 도지사님은 세세하게 예산 내용을 검토했다. 이에 과장, 계장은 말 못 하는데 당시 6급 차석, 그 선배가 “지사님, 오늘 밤 안에 결재를 하셔야 한다”고 직언을 했단다. 그날 밤과 다음날 새벽까지 공관에서 밤을 새웠단다. 같이 근무한 선배의 자랑은 여러 번 반복됐다.

장마철에 재난이 발생하여 비상발령으로 이른 새벽에 4층 회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이재창 도지사가 재난상황을 지휘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간부들이 송구한 자세로 도지사께 인사를 드리면, 그 자리에서 그 간부에게 맞는 재난대비 대책을 지시했다. 부지런하고 열정 있는 도지사로 일하셨다. 도민을 만나는 행사장에서도 늘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 정성으로 이후 3선 국회의원으로 국정을 이끌었고 새마을중앙회장을 거쳐 이제는 경기도민회 회장으로 봉사하시는 이재창 도지사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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