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온라인 강국에서의 지방자치

우리나라는 온라인 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온라인 강국의 기반을 마련한 지 벌써 25년이다.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생활편의가 증가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 이상 은행업무를 보려고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물건을 사려고 일일이 매장을 방문하며 발품을 팔지 않는다. 듣고 싶은 강좌가 있거나 보고 싶은 영화ㆍTV 프로그램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시청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하고 싶은 일을 즉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서비스의 최대 강점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온라인의 강점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과 대치되는 면이 있다.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해당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는 이 시기에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자체의 자율적 지역정책은 일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면 A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온라인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A지역주민들이 이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B지자체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도 당연할까? 서비스 비용 지불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비용 지불자들의 지불의사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왜 옆 동네 주민들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내가 낸 세금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하지?”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서비스 비용 지불의사가 지속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역을 구분해서 타지역 이용자는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것은 시공간의 제약 없는 접근성이라는 온라인의 최대 강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역 특성에 적합한 정책 또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역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온라인서비스는 1명 이용하다 2명 이용한다고 해서 2배의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용량이 커지는 데 따른 비용이 좀 더 들 수는 있겠다. 그러나 우리 지자체가 개발한 온라인서비스가 너무 훌륭해서 타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뿌듯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모든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이 서비스를 통해 역량이 증가하고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행복지수가 증가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대승적 의사결정만이 해답으로 보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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