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일이다. 점심을 마친 후 사무실에 복귀하는데 갑작스레 전화벨이 울렸다.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싶은데 기관을 방문해보고 싶어서요. 오늘 방문해도 될까요?” 후원자들의 방문은 우리 지역본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반갑게 인사드리며 언제든지 오시라고 흔쾌히 말씀드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인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유모차 안에는 토실토실하게 젖살이 오른 아기 손님이 방긋 웃고 있었다.
후원자는 침착하게 우리 지역본부를 둘러보더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직원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시원한 차를 대접하며 재단의 태동과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아동복지사업의 현황에 대해 들려줬다. 또 아이들의 더 나은 행복권을 위해 재단이 지향하는 아동옹호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려운 아동을 도우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하나씩 안내 드렸다. 오랜 설명이 이뤄지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후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네, 후원신청 할게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처럼 ‘나눔’을 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마음을 활짝 열고 돕겠다고 자청하게 되는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이날 필자의 설명이 특히 감동적이게 다가왔던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50평 남짓한 우리 사무실의 인상이 퍽 믿음직스러워서 후원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닐 테다. 그러면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정신학적 용어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로도 불리는 이 말은 남을 돕거나 돕는 것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몸 안에 면역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말한다. 성녀로 불리는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착한 일 하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보육시설 등에 봉사 다니며 아이들의 든든한 삼촌이 되어주는 IT 계열사의 한 직원, 온종일 놀아주고도 지치지도 않는지 각종 물세례를 받아가며 풀장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한 자원봉사자, 직업상 바빠서 직접 갈 수 없으니 후원금이라도 많이 내서 돕고 싶었다는 한 치과원장, 수십억 원을 기부한 동종업계의 선배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후원하고 싶다는 한 벤처회사의 대표까지 최근에 만난 후원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제가 아이의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돌잔치 수익금을 아이의 이름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 오게 됐어요. 지금은 아직 어려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크면 꼭 이날 있었던 일을 들려줄 거예요.” 흰 봉투에 든 후원금 100만 원을 건네며 그녀는 아기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돌아갔다. 타는 목마름과 찜통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지금, 우리는 나눔으로 더 뜨겁다.
이종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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